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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때 늘어난다는 자살률 작년 9.5% 급등···특히 3040 위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3년 이후 계속 줄던 자살률과 자살 사망자가 지난해 10% 가까이 늘었다. 또 고령화로 인해 치매에 의한 사망률이 10년 전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4일 이런 내용의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총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1만3286명(4.7%)이 늘어난 29만882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조사망률도 58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1명(4.5%) 증가해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는 고령화에 따라 80세 이상 노인 인구 사망자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80세 이상의 사망자가 전체 사망에서 46.3%를 차지했는데,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14.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은 ▶암(인구 10만명당 154.3명) ▶심장질환(62.4명) ▶폐렴(45.4명) ▶뇌혈관질환(44.7명) ▶자살(26.6명) ▶당뇨병 (17.1명)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암 사망자 수는 7만9153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3년 이후 36년째 1위다. 구체적으로 30대는 위암, 40대 및 50대는 간암, 60세 이상은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자살에 의한 사망률(인구 10만명당 명)은 26.6명으로 전년 대비 2.3명(9.5%)이나 늘었다. 자살자 수도 1만3670명으로 9.7%나 증가했다. 하루 평균 37.5명이 자살로 사망한다는 것이다. 자살률과 자살자 수는 2011년(31.7명, 1만5906명)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인 뒤, 2013년(28.5명, 1만4427명) 이후 꾸준히 줄어들다가 지난해에 1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자살률은 80세 이상 연령층을 제외한 전 연령에서 증가했으며, 특히 10대(22.1%)ㆍ40대(13.1%)ㆍ30대(12.2%)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남자의 자살률(38.5명)이 여자(14.8명)보다 2.6배 높다.

다시 증가한 자살률.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다시 증가한 자살률.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자살률은 두드러진다. 한국의 연령표준화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명)은 지난해 24.7명으로 OECD 평균(11.5명)의 두배를 훨씬 웃돈다. 리투아니아(2017년 기준 24.4명)를 제치고 다시 1위가 됐다. 한국과 리투아니아를 빼면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20명을 넘는 나라는 없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지난해에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유명인 자살사건이 여럿 있었는데, 그 행위를 따라 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통계적으로 보면 경제가 어려웠던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년 대비 자살률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1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해 순위가 크게 오른 사망 원인은 폐렴과 치매다. 폐렴은 노인들이 면역력이 약화했을 때 침투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질병으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2008년에는 사망 원인 9위였지만 고령 인구가 늘면서 지난해 3위로 올랐다.

10위권 밖에 있던 알츠하이머병도 지난해 9위로 새로 10대 사망원인에 진입했다.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혈관성 치매, 상세불명의 치매 등 치매에 의한 사망자 수는 9739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치매 사망률은 여자(26.3명)가 남자(11.6명)보다 2.3배 높다.

치매 사망률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치매 사망률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통계청은 치매로 인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치매로 인한 사망률을 따로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치매 자체가 직접적으로 사망을 유발하는 건 아니지만, 뇌 기능이 손상되고 일상적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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