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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되어버린 정책을 아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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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노무현 대통령 임기 반환점 무렵인 2005년 6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공교롭게도 당시 수사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검찰이 강 교수를 구속하려 하자, 8월 천 장관은 “불구속 수사하라”며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김 총장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천정배 장관은 이어 법무·검찰 행정 개혁에 착수했다. 방점은 검찰 쪽에 찍혀 있었다. 법무부는 반 년간의 작업을 통해 2006년 2월 ‘법무부 변화전략계획’을 내놨다. 세부 내용은 『희망을 여는 약속』이란 제목의 책자(336쪽)로 묶여 나왔다(또 공교롭지만, 실무자 중에는 우병우 당시 법조인력정책과장도 있었다). 검찰 개혁 부분은 96~140쪽 검찰국 편에 주로 담겼다. 당시 법무부 출입기자 대부분이 “내용 참 좋다. 이대로 실행만 된다면”이라고 평가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취임 1년 만인 2006년 7월 천 장관이 물러났다. 그 좋은 내용의 책자는 지금은 박제처럼 주요 도서관에 꽂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반환점 무렵인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조국 장관 일가 관련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공교로운지 모르겠으나 전전임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삭발 투쟁 중이다). 조 장관은 스스로 검찰 개혁을 자신의 취임 이유로 삼았다. 9일 취임식에선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부터 조 장관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거란 얘기가 돌았다. 만에 하나 그럴 경우 천 장관보다도 임기가 짧다. 되돌릴 수 없도록 돌려놓기는커녕, 박제조차 남기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서설이 길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반 년간의 작업 끝에 7개 항의 혁신안을 권고한 지 한참이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스포츠시스템 혁신 방안’이라는 자체 혁신안을 내놨다. ‘산불’을 끄려고 후다닥 놓은 ‘맞불’ 같다. 어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양측 혁신안 모두 박제가 되기 전에 말이다.

장혜수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