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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비핵화 '직거래'하려는 김정은 노림수, 과연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북한 비핵화 실무협상을 준비하는 북·미 양측의 샅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평양 방문 가능성에 대해 "아마도 아니다((Probably not)"이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달 셋째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제안과 함께 평양으로 초청한 친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언급이었다.<본지 16일자, 1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시점에는 방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지만, 정상회담 직거래로 승부수를 띄운 김 위원장의 제안에 대한 완곡한 거부이자 일종의 선긋기로 풀이된다.

북ㆍ미 실무협상 샅바싸움? 동상이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중앙포토]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당장 정상회담을 하기보다는 일단 실무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여전히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하는 톱다운 방식을 선호할 수 있겠지만 미국은 실무협상을 통해 정지작업을 한 뒤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귀띔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그동안 대북제재로 대표되는 채찍과 비핵화시 보상이라는 당근을 동시에 구사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 왔다”며 “최근에는 당근에 방점을 두고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고, 북한 역시 여기에 호응해 실무협상을 개최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북한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자 북한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31일까지만 하더라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거세게 비난하는 등 강경한 모습이었다. 최 제1부상은 당시 “끔찍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거든 미국은 우리를 걸고 드는 발언들로 우리의 인내심을 더이상 시험하려들지 않는것이 좋을 것”이라며 협박에 가까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이런 분위기를 고집했다.

그러나 최 제1부상은 지난 9일 돌연 “9월말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다. “(미국)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 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되여(어) 있다고 거듭 공언한데 대하여 류의(유의)하였다”면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대북 실무 책임자들이 “북한 체제 보장” “협상 준비 완료” 등의 메시지 발신에 대한 응답이라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의 태도변화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껄끄럽게 여겼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북한 역시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대미 압박수위를 높였지만 “실무협상을 기대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외무성 미국국장 16일 담화) 표면적으로는 실무협상 개최를 위한 분위기가 물흐르는 듯 이어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평양 방문과 관련해 선긋기를 명확히 한 건 협상을 앞둔 기선제압용이자, 협상 결과를 쉽게 전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상회담 직행을 원하던 북한이 실무협상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결국은 정상회담에 목표를 두고 있는 반면, 트럼트 대통령 재선을 노리는 미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ICBM) 발사를 유예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 유지에 만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맹 기관지 조선신보는 14일 “앞으로 조ㆍ미 수뇌(북ㆍ미 정상) 회담이 열리게 되면 핵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조선과 미국이 서로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면서 새로운 조미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계기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조미 실무협상은 수뇌회담에서 수표하게 될 합의문에 담아내는 내용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실무협상은 정상회담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얘기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연말’이라는 시한부를 정한 북한이나 내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북미 정상 모두 비핵화 진전이라는 성과를 필요로 한다”며 “하지만 비핵화 방법론에서 양측 실무진 간에 여전히 이견이 있고,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회담을 앞둔 힘 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쪽의 대폭적인 양보가 없다면 연말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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