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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작은 마음 동호회

작은 마음 동호회

약속해, 어떤 가정법도 사용하지 않기로. 그때 무언가를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들로 우리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해. 가정법은 감옥이야. 그걸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가 없어. 나는 현재를 살 거야. 과거의 형벌을, 잘못 내린 선택의 총합을 살지 않을 거야. 기억이라는 보석 속에 갇혀서 빛나는 과거의 잔여물을 되새김질만 하지도 않을 거야. 오직 한 번뿐인 현재를 살 거야. 지금을.  윤이형 『작은 마음 동호회』

우리는 과거나 미래 아닌 오직 현재를 살 뿐이다. 아니 현재를 살아야만 한다. 작가 역시 과거형이나 가정법 아닌 현재진행형의 삶을, 그런 삶의 태도를 권유한다. 11편의 단편을 모은 이번 소설집은 아우성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이자 사회적 풍경화다. 소설 맨 뒤 ‘작가의 말’에서 윤이형은 “말을 할 때마다 상처가 생기지만 그래도 말을 건넨다. 화해나 행복이나 위로를 위해서는 아니다. 우리가 서로의 어떤 부분에 무지했고 어떤 실수들을 했는지, 어떻게 해야 같은 오해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오래 기억하고 싶다”고 썼다. 그가 생각하는 문학의 쓰임새일 것이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