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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딩크’에 당한 히딩크 “중국, 성공으로 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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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경기 전 인사를 나누는 박항서 감독(왼쪽)과 히딩크 감독. [사진 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경기 전 인사를 나누는 박항서 감독(왼쪽)과 히딩크 감독. [사진 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중국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의 거스 히딩크(73·네덜란드) 감독과 베트남 U-22 대표팀 박항서(60) 감독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두 감독 맞대결이 서로에게 자극제가 됐다. 양 팀 모두 ‘내년 1월 아시아 U-23 챔피언십에서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려면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도쿄올림픽 출전권” 총력전 선언 #중, 한·베트남과 같은 조 될 수도

8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히딩크(중국)와 ‘쌀딩크(박항서 감독 별명, 베트남)’의 맞대결은 박 감독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패한 중국 축구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6일 친선경기에서 북한과 1-1로 비긴 데 이어, 아시아 팀을 상대로 2연속 무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올림픽팀을 맡은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승리 공식’으로 선수들을 육성 중이다. 중국축구협회의 특별 허가로 선수 60명을 차출, 장기 합숙훈련을 반복하며 상비군을 정예화하고 있다. 올림픽 최종예선 직전까지 23명을 골라내는 게 목표다.

과정은 순탄치는 않다. 중국은 올해 7차례 평가전에서 1승(1무5패)에 그치고 있다. 6월 툴롱컵에서 바레인을 4-1로 완파한 게 유일한 승리다. 아일랜드(1-4패), 멕시코(0-1패), 칠레(1-2패)에 줄줄이 졌다. 자국 클럽팀인 장쑤 쑤닝 평가전에서도 0-1로 졌다. 물론 일부러 강팀을 상대해 고전하면서 배우는 게 ‘히딩크 스타일’이긴 하다.

문제는 최근 북한전 무승부와 베트남전 패배 후 중국 축구 팬들 시선이 싸늘해진 점이다. 베트남에 지자 웨이보에는 “중국이 히딩크 감독의 이력을 망치는 건지, 히딩크가 중국 축구를 망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등 경기력에 대한 비판 글이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히딩크 감독은 “나도 실패가 싫다”며 “지금 우리는 실패한 게 아니고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의 한국처럼 믿고 기다려달라는 주문이다.

베트남에 따끔한 맛을 본 히딩크 감독은 훈련 강도를 더 높일 예정이다. 그는 “최종예선에 앞서 장기 소집훈련을 추가로 진행해 체력과 전술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승리한 베트남도 일찌감치 웃음을 멈췄다. ‘쌀딩크 매직’이 계속되지만, 도쿄올림픽 본선행을 낙관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선 진출권은 개최국 일본을 빼고 3장. 아시아 U-23 챔피언십 1~3위에게 주어진다.

베트남은 2년 전인 2017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그렇다고 같은 기적을 무작정 바랄 수는 없다. 김학범(59) 감독이 이끄는 ‘본선행 단골’ 한국도 도쿄행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항서 감독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이동준 DJ매니지먼트 대표는 “도쿄행에 도전하는 베트남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바라는 국민 기대감이 어마어마해 선수단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U-23 챔피언십 본선 조 추첨은 26일 열린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이 같은 조에서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대회 4위 한국이 포트 2로 밀린 가운데, 지난 대회 준우승팀 베트남이 포트 1, 중국이 포트 3에 각각 배정됐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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