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째 수출 마이너스 '빨간불'… 정부, 1조원 투자해 불끈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내년 수출지원 예산으로 사상 최대인 1조73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수출이 9개월 연속 감소한 데 따른 대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민관 합동 무역전략 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수출시장 구조 혁신 방안'을 다음 주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부가 수출지원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 관련 예산은 본 예산 6876억원과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8044억원이다. 내년에는 본예산 대비 약 56%가 늘어난다.

예산은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수출 활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정부는 한국 수출이 미국ㆍ중국 등 특정 시장에 편중돼 글로벌 경기 침체ㆍ무역분쟁 등 외부 여건에 취약하다고 봤다. 따라서 현재의 '고(高)성장ㆍ고위험 수출구조'를 '고성장ㆍ저(低)위험 구조'로 바꿔나간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산업부는 최근 3년간 수출액과 수출증감률을 기준으로 해외 시장을 전략시장·신흥시장·주력 시장 3개로 구분해 맞춤형 수출지원을 추진한다. 신남방·신북방 등 전략시장은 한류를 활용한 전략적 마케팅을 활용해 현재 수출 비중(21%)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역 규모는 작지만, 잠재력이 큰 중남미·중동 등 신흥시장은 공적 개발원조(ODA) 등 정부 간 협력을 중심으로 상생형 수출을 확대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주력 시장은 첨단제품·고급 소비재 등으로 수출 품목을 다각화ㆍ고급화해 수출 변동성 등 위험요인에 대비하기로 했다.

또 일본 수출 규제로 타격을 입은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글로벌 연구ㆍ개발(R&D)과 해외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새로운 수출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과 EU의 공동 R&D 프로그램인 '유레카' 등 선진국이 참여하는 R&D 협력 플랫폼을 통해 해당 분야 기술 개발을 확대한다. 또 단기에 기술 확보가 어려운 분야의 경우 무역보험공사 기금과 합쳐 총 2조5000억원 이상의 인수합병 자금과 및 세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수출입 기업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FTA 해외활용지원센터와 FTA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FTA 2.0'도 이달 내 발표하기로 했다.

내년 무역보험 지원 규모도 올해보다 3조 7000억원 더 확대한다. 이라크 등 대규모 국가개발프로젝트에 1조원, 중소기업 신흥시장 수출지원에 2조원, 소재·부품·장비 수입대체에 3000억원 등을 투입한다. 또 소재·부품·장비 기업 수출 바우처를 신설하고 수출마케팅 지원 대상 기업을 올해 5800개사에서 내년 6500개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수출 활력과 산업경쟁력은 서로 뗄 수 없는 일체"라며 "수출시장 다변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등 어떠한 충격에도 흔들림 없는 수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