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이대로 두면 2054년 소진’(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적자성 국가채무 2023년 700조 돌파, 이자비용 16조’(기획재정부 국가채무관리계획).
소피 하우 웨일스 미래세대위원장 #“정책에 미래세대 목소리 반영”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다음 세대에 책임을 떠미는 한국사회의 문제들이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지난 3일 국회미래연구원 주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소피 하우(사진) 영국 웨일스의 미래세대위원장이 그 해답의 단초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 내 자치정부 수준이긴 하지만 미래세대위원회는 웨일스가 세계 최초다. 3일 강연 직후 하우 위원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 미래세대위원회가 뭔가.
- “말 그대로 미래세대를 위한 위원회다. 웨일스에서는 2015년 ‘미래세대행복법령’이란 게 제정됐다. 이 법은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위원장직 신설, 장기적 시간의 미래연구, 미래 대안 제시 등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라 2016년 미래세대위원장직이 신설됐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미래세대의 피해 없이 현재의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견제하는 게 주역할이다 ”
- 해당 기관에서 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하면 그만 아닌가. 강제할 수단이 있나.
- “없다. 하지만 위원장으로 공적인 제안을 하고 따져 물을 수 있다. 기관은 이에 응답해야할 의무가 있다. 평가 수단도 있다. 관련 지수를 만들어 매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상대로 평가한다. 위원회가 제안한 것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평가 결과가 저조할 경우 ‘망신주기’(Name and Shame)와 같은 불명예 명단에 올린다.”
- 위원회가 실제로 영향을 미친 사례는.
- “최근 웨일스 정부가 고속도로 확장을 위한 건설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고질적인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14억 파운드(약 2조537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우리 위원회가 중간에 개입해 이 프로젝트를 무산시켰다. 막대한 비용 조달은 미래세대에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정부가 지속적이고 장기적 차원에서 생각했어야 했다.”
- 미래세대위원회에 대한 영국 여론의 평가가 궁금하다.
- “초기에는 위원회가 무슨 조직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고속도로 이슈가 해결되면서 대중과 언론의 이해가 높아졌다. 이제는 이 법령과 위원회가 웨일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로서 인정받고 있다. 영국 전체 차원뿐 아니라 유엔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네덜란드·캐나다 등에서는 미래세대를 위한 법과 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