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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상장 벤처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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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초기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받은 후에도 경영권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 대책’을 확정했다.

 경제활력 대책은?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9.4   jeong@yna.co.kr/2019-09-04 10:36:11/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경제활력 대책은?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9.4 jeong@yna.co.kr/2019-09-04 10:36:11/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엄격한 요건 하에서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해 벤처ㆍ첨단 업종을 활성화한다”며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벤처기업에 대해 비상장 벤처기업과 같은 수준의 세제 혜택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등의결권 제도란 1개 주식마다 1개 의결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투기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고, 자본 조달도 쉬워진다. 기업 경영진은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우려해 신규 주식 발행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1주에 여러 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면 이런 두려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들은 꾸준히 제도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적은 주식 수로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어 부실한 경영진을 교체하기 힘들고,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작용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부당한 승계 수단이 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반대해왔다.

정부와 여당도 당초에는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벤처 활성화를 명분으로 이를 허용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기업가가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15개국 이상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점도 감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혁신 창업 붐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구조와 관행을 혁신 친화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3월 청문회에서 ‘차등의결권’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들어왔을 때 경영권이 희석되는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며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서만, 엄격한 요건을 적용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향은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창업주 이외에는 상속ㆍ증여가 불가능한 이른바 ‘일신전속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코넥스 시장(코스닥 시장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소ㆍ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에 상장한 벤처기업에 대해 비상장 벤처기업과 같은 수준의 세제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 소득세를 면제하는 비과세 혜택을 준다. 또 전략적 제휴를 위해 주식을 교환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를 연기(과세이연)하는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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