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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서울 법대서 구전돼왔다, 조국 '오상방위 전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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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1학기 형법총론 강의할 때 오상방위(誤想防衛)와 관련된 믿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다. 법전에 없는 개념인데 수업 중 법전을 찾아봤다는 이런 이야기다.”
“오상방위 케이스를 주고 이 문제를 몇조로 풀어야 하느냐 물었다. 학생이 왔다 갔다 해서 현행 조문 몇조인지 확인하라고 했다. 판례는 정당화 사유라고 하는데 (나는) 현행 조문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형법에 있다고 강조하고 찾으라고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청한 ‘무제한 기자간담회’가 3일 0시를 넘길 무렵 한 기자가 ‘오상방위의 전설’에 관해 물었다. 조 후보자는 다른 의혹들과는 달리 “모른다”거나 “거짓”이라 하지 않고 “오해”라고 답했다.

2007년 이후 서울대 법대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구전돼 온 조국 교수와 관련된 전설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오상방위의 전설'

 2007년 1학기 형법총론 강의에서 조 교수는 사법고시 단골 기출문제인 ‘위법성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위전착)’와 관련한 사례 문제를 제시했다. ※(일명 ‘오상방위’로도 불리는 ‘위전착’은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상황처럼 위법성을 조각할 만한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행위자가 그렇다고 믿고 위법한 행위를 했을 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와 관련된 문제다. 형법 총칙에는 이런 상황을 직접적으로 예견한 조문이 없다. 대법원은 1986년 판례를 통해 이를 정당방위와 유사하게 ‘죄가 없다’고 봐야 한다는 법리를 정립했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

[일러스트=김회룡기자]

조 교수는 살인과 관련된 위전착 사례 문제를 두고 06학번 한 학생에게 “갑의 죄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 학생이 머뭇거리며 “살인죄…"라고 오답을 내놓자 조 교수는 “법률가는 조문에 근거해야 한다”며 훈계했다. 이 상황이 전설이 된 이유는 이어진 '현암사 사태'에 있다. 현암사는 각종 국가고시에 시험용 법전을 납품하는 출판사다. 학생의 잘못을 지적한 뒤 조 교수는 형법전을 뒤적이기 시작했고 “법전이 잘렸나. 이 법전이 파본인가”라며 혼잣말을 하다가 학생들에게 “올해 현암사 법전은 다 파본이네, 다른 법전 가진 학생 없나”라고 물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지금은 변호사가 된 한 여학생은 “오상방위 조문은 형법전에 없는 것”이라고 말하자 조 교수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이야기는 같은 시기 서울대 법대에 다니던 학생들에게 삽시간에 퍼졌고 지금까지 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다. 전설의 신뢰성에 대해 서울대 법대 05학번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크를 모르는 조 교수의 강의 스타일, 지적을 받은 학생과 조 교수에게 문제를 제기한 학생의 실명까지 전승되고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실제 있었던 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 해명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판례 평석을 쓴 게 있다. 그걸 모르고 있으면 쓸 수 없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조 후보자는 전설이 된 사건이 발생한 지 9년만인 2016년 6월 ‘로이슈’라는 법률 잡지에 간단한 판례 평석을 게재했다. 어느 비 오는 날 밤 12시를 넘긴 시각, 중대장 당번병이 ‘우산을 가지고 나오라’는 중대장 부인의 연락을 받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믿고 영외로 뛰어나갔다가 군형법 79조(무단이탈)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평가였다.

이 글에서 실제 조 후보자는 대법원의 판례 법리를 비판하면서 ‘법전에 있는 조문을 활용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폈다. 무죄는 맞지만 형법 16조(법률의 착오 :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가 적용되는 상황으로 이해하자는 주장이었다.

익명을 원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형법 교수는 "조 교수의 주장은 16조 문구가 의미하는 범위를 초월하는 것이어서 수용하는 학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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