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언질' 받고 귀국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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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송두율씨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였다는 국정원의 국회보고 내용이 밝혀지면서 宋씨의 입국에 정부 측과 사전 묵계가 있었는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보다 자신의 활동 내용을 잘 아는 宋씨가 왜 입국을 결심했느냐는 부분이 의문인 때문이다.

입국 여부를 놓고 왔다갔다 했던 宋씨가 최종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모종의 '언질'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윤성(李允盛)의원은 "宋씨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알고도 입국을 강행했고, 법무부 장관은 '김철수면 어떠냐'고 바람잡이까지 했다"며 "입국을 주선한 실체에 대해서도 전혀 수사를 안한 것으로 볼 때 모종의 묵계와 사전 연락 아래 宋씨가 믿는 구석을 갖고 입국한 게 틀림없다"며 '입국 배후설'을 제기했다.

최병렬(崔秉烈)대표도 "宋씨를 민주인사로 초청한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대상의 국감 등을 통해 경위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宋씨는 입국 전 본지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도 "현 정부가 나의 귀국에 대해 협조할 뜻을 보이고 있다"며 "(박정삼)안기부 2차장이 나의 절친한 친구이고 서동만 기조실장도 지인"이라고 말했었다.

해외 민주화 인사 입국 문제를 논의한 바 있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宋교수가 입국시 정부 측과 사전 협의했다면 전적으로 국정원이 하는 것인데 국정원은 '조사 불가피'의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 아니냐"고 말했다.

文수석은 또 "입국은 전적으로 宋씨의 자유의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宋씨의 입국 후 처리문제도 전적으로 검찰과 국정원에 맡겨져 있으며 조사내용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宋씨의 입국을 주선했던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 보장을 위한 범국민 추진위(범추위)'의 임종인 집행위원장은 "원래 범추위는 국정원에서 조사하려 하니 오지말라는 e-메일을 宋씨에게 보냈다"며 "이에 대한 宋씨의 답은 없었으나 대신 '(입국 협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林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측과 宋씨를 조사하지 말라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구속은 안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으나 추후 "명시적으로 국정원 측이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宋씨의 초청과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협의한 적은 결코 없었다"며 "다만 宋씨로부터 입국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뒤 법무부 측에 입국 문제를 타진한 적은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단은 국정원에 의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은 국회에는 불구속 기소를, 검찰에는 '공소보류도 가능'하다는 두가지 의견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 일각에선 "아무래도 청와대 또는 그 주변의 언질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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