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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선원들도 그 가방 몰랐다···'3000억 코카인'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지난 25일 충남 태안항에서 1㎞ 떨어진 묘박지(선박 임시 대기장). 입항 대기를 위해 멈춰선 9만4528t급 벌크선(원유·광물 등을 운반하는 화물전용선) A호에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해경 23명과 관세청 직원 6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이 A호를 급습한 이유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코카인' 때문이었다.

A호에서 발견된 코카인 [사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A호에서 발견된 코카인 [사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해경은 미국 해안경비대(USCG)로부터 마약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화물선이 싱가포르를 거쳐 한국에 입항할 거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A호가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날부터 계속 이동 경로를 추적해왔다.
마약 탐지견까지 동원된 수색 결과 선박 내 닻줄 보관 창고에서 수상한 가방 4개가 발견됐다. 이 가방들 안에선 1㎏씩 비닐봉지로 포장된 코카인 100㎏이 발견됐다. 33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3000억원 상당이다. 해경은 수사기관이 압수한 코카인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로 입항하려던 대형 화물선에서 3000억원 상당의 코카인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해경은 이 코카인의 출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28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홍콩 선박인 A호는 지난달 7일 콜롬비아의 한 항구에서 출항해 싱가포르를 거쳐 우리나라 태안항으로 들어왔다.
A호는 콜롬비아와 멕시코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화물선으로 태안화력발전소 측이 수입한 석탄을 싣고 태안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배 안엔 석탄 12만t도 실려있었다.

3000억원 상당의 코카인이 실린 A호에 접근하는 해경 경비함정 [사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3000억원 상당의 코카인이 실린 A호에 접근하는 해경 경비함정 [사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3000억원 코카인 발견됐지만, 선장 등은 "모르는 물건" 

A호에는 선장(44)과 선원 등 필리핀인 20명이 타고 있었다. 해경은 이들을 상대로 코카인의 출처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대답은 "모른다"였다. 일부는 "(코카인이 실린) 가방이 배 안에 있는 것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해경은 선장과 선원 등을 상대로 이 코카인이 어디서 실린 것인지와 국내 또는 제3국으로 밀반입하려 한 것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른다", "나랑은 상관없는 물건" 등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어 수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3국 밀반입 위한 국적세탁 위한 것일 수도 

해경이 A호에서 코카인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해경이 A호에서 코카인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국내에서 대규모 코카인이 발각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에도 부산항에서 환적(다른 운송수단으로 물건을 옮김) 작업을 하고 중국으로 출항하려던 컨테이너에서 코카인 64㎏이 발견됐다. 20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약 1900억원 상당이다. 이 코카인을 적발한 부산본부세관도 첩보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코카인이 실린 컨테이너를 20일간 추적했다.
해경은 A호와 부산항에서 발견된 코카인이 제3국으로 밀반입하려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코카인은 국내보단 콜롬비아 등 중남미 지역에서 주로 투약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내를 거친 화물의 경우 타국에서도 세관 검사가 느슨하게 진행되는 편인데 이를 노린 '국적 세탁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A호도 그렇고 부산항에서 적발된 컨테이너도 우리나라를 거쳐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경로였다.
해경 관계자는 "A호 선장과 선원들과 배의 이동 경로, 디지털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마약 유통 경로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코카인이 국내로 밀반입됐는지 등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심석용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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