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축시설 할인금 반납하라”…한전·도축업계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2014년 말 도입한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를 두고 한국전력과 도축업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전 측이 일부 도축장에 대해 할인해준 전기요금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도축업계는 한전 측에서 할인 기준을 임의로 변경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전 “가공시설 전기료 할인 제외” #업계 “여야정 합의취지 위배” 반발

28일 도축업계와 한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여·야·정 협의체는 한국-호주·한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도축(도계)장 전기요금을 2024년까지 20% 인하해주기로 했다. FTA 체결에 따른 축산업계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취지였다. 한전이 도축장에 대해 전기요금을 낮춰주면, 도축장은 축산농가가 납부하는 도축 수수료를 할인액만큼 낮춰주는 식이다. 이에 따라 축산 농가는 4년간 20억원이 넘는 할인 혜택을 받았다.

7개 도축장 추징금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7개 도축장 추징금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런데 지난해 말 한전은 총 7곳의 도축장에 대해 3년간 할인받은 전기요금을 돌려내라고 돌연 통보했다. 일부 사업장에서 도축과는 무관한 ‘가공시설’에 대해서도 부당하게 할인 혜택을 받았다는 게 이유다. 환급을 통보받은 도축장은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도축장 3곳(부천·나주·고령) 등 7곳으로 이들이 통보받은 환급액은 총 12억 7790여만원이다.

한전은 또 향후에도 도축 관련 시설에만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통보했다. 김형식 한전 요금정책실 차장은 “도축시설에는 도축·도계 공정에 직접 운영되는 설비와 부대시설, 냉동·냉장설비, 오·폐수 정화시설만 포함된다”며 “가공시설은 도축 수수료를 내지 않는 만큼 할인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축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여·야·정이 합의한 내용을 한전이 업계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절차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진주원 한국축산물처리협회 부장은 “제도 시행 전 한전은 실사를 통해 해당 시설이 할인 대상에 해당한다고 확인했다”며 “자신의 업무착오로 할인해준 금액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한전의 조치는 축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여·야·정 합의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도축업계는 약 13억원의 환급금과 더불어 할인 예정인 16억원까지 향후 약 29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한전은 지난달 말 도축업계의 취소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축산업계는 한전, 여·야·정과 협의를 통해 해당 조치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측은 “연 5000억원 이상의 특례 혜택을 축산 농가에 주는 데도 비난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