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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점집 가는 엄마, 사주 보는 아들 운수 대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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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심리 진정제’ 점술
얼마 전 톱스타 부부의 이혼 소식 못지않게 이들의 이혼을 2년 전 예언했다는 역술인 의 일화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배우 오연서(오햇님에서 개명)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사주를 보고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미래를 알고 싶어 점집을 찾는 심리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이어진다. 점을 보는 방식은 과거보다 더 다양해졌다. 40대 엄마가 점집을 찾아간다면 10대 아들은 손안에서 사주를 본다. 이번 추석 때 아들은 온 가족의 점쟁이로 변신할지도 모른다.

운세 알기 쉽게 풀어주는 앱 다양 #명절·연초엔 가족 가입자 수 급증 #역술인·무속인 찾는 발길도 증가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요즘 점을 보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JTBC2가 지난달 10일 첫 방영한 ‘오늘의 운세’는 사주·관상·별자리 등 다양한 분야의 예측 전문가가 남녀의 소개팅 현장을 지켜보며 연애운을 실시간으로 점친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미운우리새끼’에선 모델 겸 배우 배정남이 점집을 찾았다. ‘결혼하지 못할 것 같다’는 무속인의 예언은 곧바로 연예 뉴스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불리는 서울 역삼동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무속인 화련당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한 달에 과거보다 더 많은 수백여 명에 이른다”며 “승진운이나 투자 방향, 직장 이동수, 인간관계 갈등, 구설수 등을 많이 묻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손안에 점집을 들고 다니는(?) 문화도 생겨났다. 운세를 점치는 다양한 앱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운세 앱은 그간 어렵고 딱딱하던 정통 운세 내용을 요즘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풀이해 준다. 취업운,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궁합 등 10~20대 젊은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운세 콘텐트도 실려 있다. 앱은 태어난 날짜·시간을 입력하면 명리학 데이터를 돌려 점을 쳐준다. 얼굴 사진을 찍어 올리면 관상도 봐준다. 사주·토정비결·궁합·관상·살풀이·타로카드·포춘쿠키 등으로 콘텐트를 구성한 한다소프트의 ‘점신’ 앱은 2015년 100만 건에서 지난해 1000만 건으로, 이용자가 3년 만에 10배나 늘었으며 하루 평균 20만 명이 접속한다. 고산 한다소프트 사업본부장은 “젊은 층이 가족과 함께 점을 보는 문화가 퍼지면서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연초가 되면 가입자 수가 급증한다”고 말했다.

사주 앱·철학관·신점 운세 해석 다르기도

운칠기삼의 ‘포스텔러’ 웹사이트와 앱은 가입자 수가 총 215만 명에 이른다. 앱 이용 빈도는 매달 국내 60만 명, 일본 1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6회 접속해 점을 친다. 앱 이용자의 77%가 여성이며 65%가 2030 여성이다. 지난해 말 선보인 유료 서비스엔 현재 1만 5000명이 가입한 상태다. 배현경 운칠기삼 이사는 “타로, 손금·풍수, 별자리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개발했다”며 “유료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월평균 매출이 2억원으로 도입 전보다 3.5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앱에 돈을 내서라도 운세를 확인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운세 앱, 철학관, 점집에서 보는 사주풀이, 신점은 결과가 모두 같을까. 기자는 이 궁금증을 안고 역술인과 무속인에게 찾아갔다. 사주를 해석하는 역술인과 달리 무속인의 신점은 사주를 읽고 ‘접신(接神)’하는 방식이다. 그들에게 직업과 생년월일시 외에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고 점을 봤다. 그 상담 내용을 앱의 운세 풀이와 비교했다. 앱·철학관·점집 모두 성격과 기질에 대한 해석이 같았다. 과학적 분석이라는 성격유형검사(MBTI)에서도 같은 내용의 분석 결과를 받았다. 진로에 대한 내용도 일부 비슷한 공통점이 나타났다. 무속인은 “3년 뒤 진로가 바뀔 기운이 70%”라고 말했으며, 역술인도 “3년 뒤 지금 하는 일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의 길로 접어들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앱에서는 헤어디자이너·화가·음악가를 잘 맞는 직업으로 추천했다. 반면 풀이가 서로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결혼운의 경우 무속인과 역술인은 ‘친구처럼 지내는 편한 인연이 생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연이 생기는 시기를 무속인은 내년 봄으로 예상했지만 앱은 내년에 연애운이 나쁘다고 내다봤다. 또한 현재 경제적 자금 상황을 분석한 관측도 빗나가거나 서로 엇갈렸다. 역술인 청송은 “태어날 때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우주관을 바탕으로 분석한다”며 “이를 토대로 미래 장애물을 미리 알고 잘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점을 보러 온다”고 말했다.

습관적으로 보면 미래 불안감 키울 수도

하지만 맹신은 금물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급변하는 사회 속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비싼 복채를 내고 부적을 쓰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미래를 미리 알고 대처하고 싶은 욕망을 점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불안감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겠지만 습관적으로 찾다 보면 자아 제어력이 약해져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울감이 심하거나 망상·환각 증상에 시달리는 데도 병원 대신 점집을 찾는 사람이 상당하다고 한다. 조 교수는 “환청·환시 증상이 있는 조현병 환자 중에는 귀신이 들린 것으로 착각해 굿을 한 사례도 꽤 있다”며 “정신질환이 의심되면 일단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런데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F 코드’라는 질병 코드가 진료 데이터에 저장된다. 이 코드가 있으면 일부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조 교수는 “보험 가입이 거부될 것을 우려해 정신과 대신 점집을 찾는 사람도 비일비재하다”며 “정신과 상담을 편안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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