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파이프 오르간 52년만에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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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제 침략기 시대 한국인의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었던 한국 최초의 파이프 오르간이 전파된지 52년 만에 새롭게 복원됐다. 서울 정동제일교회(담임목사 조영준)는 1일 1918년 한국에선 처음으로 제작됐던 파이프 오르간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 오는 12일 복원 봉헌 예배를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복원된 파이프 오르간은 폭 5m80㎝, 높이 5m에 1천여개의 파이프를 갖췄다. 1918년 당시 여성 운동가이자 기독교인이었던 하란사(1875~1919)가 도입했던 이 악기는 한국전쟁 중이던 51년 교회 예배당이 폭격을 맞으면서 완전히 파괴됐다.

정동제일교회 파이프 오르간은 교회 예배용 악기로는 물론 한국 현대음악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악가 고(故) 김자경씨, 작곡가 고 현제명.이흥렬씨 등 쟁쟁한 음악가들이 이 파이프 오르간과 함께 힘겨웠던 식민지 시대에 따뜻한 위로의 선율을 들려줬고, 당시 경성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 녹음에도 사용된 기록이 남아 있다.

기독신보 1927년 12월 7일자는 "울분과 억울에 답답하고 화증이 왈칵 나서 쏘다니다가 정동 골목에 이르러 창틈으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를 들을 때에는 그 울분과 억울함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아"라는 기사도 보도했다.

정동교회 김종구 목사는 "당시 파이프 오르간은 장안의 명물이었다"며 "이번에 독일 전문회사에 의뢰해 옛날 사진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고 말했다. 김목사는 "권위 있는 음악가를 초대해 교회 주변 직장인을 위한 정오 공연, 월 1회 정기 연주회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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