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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만 7억, 자식에게 물려줄 24억 상가 절세법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 기술(45)

구 씨는 서울 구도심에 오랫동안 상가건물을 보유해 왔다. 그동안 건물이 오래돼 월세가 많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주변이 개발되면서 부득이하게 몇 년 내로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건 좋지만 구 씨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다. 무엇보다 양도세 부담이 크고, 구 씨는 고령이어서 상속세도 걱정이 된다. 구 씨가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양도 후 상속보다 상속 후 양도가 세 부담 적어

구 씨와 같이 양도차익이 큰 건물을 팔려면 그 전에 미리 양도세 부담을 예측해 보고 절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령이라면 향후 상속세나 증여세까지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양도차익이 큰 건물을 팔기 전에 미리 양도세 부담을 예측해보고 절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양도차익이 큰 건물을 팔기 전에 미리 양도세 부담을 예측해보고 절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구 씨가 걱정하는 것은 양도세 부담이 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구 씨의 상가는 아주 오래전에 취득해 취득가액이 양도가액보다 매우 낮다. 구 씨의 취득가액이 1억원, 양도가액이 24억원이라면 양도차익 23억원에 대해 양도세를 과세한다. 물론 7억원의 장기보유 특별공제(양도차익의 최대 30%)를 받더라도 높은 양도세율(46.2%)로 약 7억원가량의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구 씨의 세 부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구 씨가 현재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에 비춰 추후 상속세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양도가액 24억원 중 양도세 7억원을 내고 남은 17억원을 보유하다가 구 씨가 사망한다면 상속세 부담은 얼마나 될까. 남편을 여의고 홀로 된 구 씨의 자녀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2억 3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즉, 구 씨가 상가를 양도하고 상속하는 과정에서 내야 할 총 세 부담액은 약 9억 3000만원가량 되는 셈이다.

차라리 지금 양도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그대로 상속하는 것은 어떨까. 만일 구 씨가 그대로 보유하다가 상속한다면 기준시가 9억원에 대해 약 7000만원의 상속세를 부담하면 되고, 이를 자녀 2명이 상속받아 추후 24억에 양도한다면 약 6억1000만원의 양도세를 부담하게 될 것이다. 양도 후 상속하는 방법(세 부담 9억 3000만원)보다 상속 후 양도하는 방법(세 부담 6억 8000만원)이 약 2억 5000만원 정도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조만간 주변 지역과 함께 개발되면서 구 씨가 몇 년 내로 양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도 및 상속 과정에서 내야 할 거액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만일 구 씨가 지금 자녀 2명에게 미리 증여한다고 가정해 보자. 즉, 기준시가 9억원에 증여하고, 추후 자녀들이 이를 24억원에 양도하는 방법이다. 자녀들은 증여가액인 9억원에 대해 증여세로 총 1억 40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이 이를 24억원에 양도하게 되면 양도차익 15억원(24억원-9억원)에 대해 양도세로 6억 10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그 경우 총 세 부담(증여, 양도)은 7억 5000만원으로 양도 후 상속 방법의 세금 9억 3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만큼 절약하는 결과가 된다.

자녀에게 증여한 뒤 5년 이내에 해당 증여 부동산을 양도하면 양도세가 이월과세된다. [중앙포토]

자녀에게 증여한 뒤 5년 이내에 해당 증여 부동산을 양도하면 양도세가 이월과세된다. [중앙포토]

그러나 문제는 구 씨가 자녀들에게 증여한 후 5년 이내에 증여 부동산을 양도하면 세법상 양도세가 ‘이월과세’된다는 점이다. 양도세가 이월과세가 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증여 후 양도 방법을 통해 양도세 부담을 줄이지 못하도록 당초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수증자에 적용해 계산하는 방법을 말한다.

구 씨의 사례로 계산해 보자. 자녀들은 구 씨로부터 9억원에 증여받았으므로 이를 24억에 양도한다면 양도차익은 15억원(24억원-9억원)이다. 그러나 증여받은 후 5년 이내에 양도해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된다면 자녀들의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취득가액은 증여받은 금액인 9억원이 아니라 구 씨의 취득금액인 1억원으로 계산하게 된다. 즉, 이월과세가 적용되면 자녀들의 양도차익은 15억원이 아니라 23억원(=24억원-1억원)으로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양도세 이월과세를 피하기 위해 가급적 증여를 받은 후 5년이 지난 뒤에 양도해야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구 씨 가족의 경우처럼 증여받은 후 5년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월과세 규정 때문에 아예 증여하지 않는 게 나은 것일까. 물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후 이월과세가 적용되더라도 지금 증여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증여 후 5년 내 양도하면 ‘이월과세’ 적용 

증여받은 후 5년 내 부득이하게 양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월과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전 전략이 필요하다. 이월과세가 적용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취득가액이 줄어들어 양도차익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양도세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양도차익 자체를 분산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증여받는 대상을 최대한 여러 명으로 구성해 추후 양도차익이 분산되도록 해야 한다.

구 씨의 상가를 자녀 2명에게 각각 2억 5000만원씩, 그리고 사위·며느리·손주 2명에게 각각 1억원씩 분산해 총 6명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증여세로 총 850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그 후 5년이 지나지 않아 부득이 이를 24억원에 양도한다면 이월과세가 적용돼 취득가액은 1억원으로 계산될 것이다. 그러나 23억원의 양도차익은 6명에게 분산되고 그 결과 양도세 부담은 약 5억 2000만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그 후 만일 5년 내 구 씨의 상속이 일어날 경우 상속세는 최대 5000만원 이내로 줄어든다. 결국 총 세 부담은 약 6억 5500만원 정도인 셈이다.

그럼 이제 구 씨가 계속 보유하다가 양도 후 상속하는 경우와 비교해 보자. 구 씨가 24억원에 양도하면서 양도세 7억원, 추후 상속세로 2억 3000만원, 총 9억 3000만원의 세 부담에 비해서는 비록 이월과세가 되더라도 증여 후 양도 방법이 약 2억 7500만원 정도 세 부담이 작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증여 후 양도 방법, 특히 증여 후 5년 내 양도해 이월과세가 적용되는 경우 오히려 세 부담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미리 신중하게 각 경우의 수를 검토해 보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절세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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