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위험 없다"…푸틴 '미사일 엔진 폭발' 11일만에 첫 언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최근 발생한 신형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와 관련해 방사능 위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사고 이후 11일 만의 첫 언급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를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곳(사고가 난 지역)에는 어떤 위험도 없고 방사능 수준 증가도 없다"며 "전문가들이 파견됐고 현재 그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은 "나는 파견된 군사 전문가들과 민간 전문가들의 보고를 받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심각한 방사능 수준 변화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 지역 '뇨녹사' 훈련장에서 러시아 국방부와 원자력공사(로스아톰)가 함께 시험하던 신형 미사일 엔진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양한 수준의 부상을 입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폭발한 신형 미사일 엔진은 '신형 핵 추진 순항미사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꺼리지만 이번 사고가 러시아가 자랑한 '9M 730 부레베스트닉'(나토명 SSC-X-9 스카이폴) 시제품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 미사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구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고 자랑한 러시아의 신형 핵 추진 순항미사일이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러시아 북서부 뇨녹크스 지역.[구글]

폭발 사고가 발생한 러시아 북서부 뇨녹크스 지역.[구글]

문제는 방사능 유출 여부다. 실제 러시아 '기상환경감시청'은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 당일인 8일 정오께 인근 도시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 수준이 평소의 16배까지 올라갔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이번 사고 개요를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서는 이번 사고 이후 인근 방사성 물질 관측소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는 방사성 입자를 감시하는 러시아 내 4개 방사성 핵종 관측시설이 폭발 사고 이후 자료를 보내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군비통제담당 차관은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라며 CTBTO의 지적에 반박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관측소들의) 자료 전송은 국제감시시스템에 속한 국가의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 업무"라면서 "CTBTO 해당 부처는 오로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과 관련되는 업무에만 권한이 있으며 아르한겔스크주 사고는 이 부처의 활동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아무런 환경적 위험도 제기하지 않은 일회적 사건에 집중하지 말고 왜 CTBT가 발효하지 않고 있는지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 등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폭발 사고 관련 증거 은폐를 위해 의도적으로 러시아 내 4개 방사성 핵종 관측시설을 무력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