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중동 문제 팽팽한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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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원탁에 앉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8개국 정상 외에도 호세 마뉴엘 바로소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마티 반하넨 핀란드 총리가 동석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AP=연합뉴스]

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유혈 충돌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민병대를 향해 한목소리로 자제를 촉구했다고 dpa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이날 개막한 회의에서 G8 정상들은 5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원인 및 책임 소재, 유혈 충돌을 중단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정상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해 이스라엘에 공격의 빌미를 준 헤즈볼라 민병대를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의 자위 행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도 이번 사태가 초래할 결과에 대해서는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적절하게 무력을 사용한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해 모든 당사자가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정상들이 이처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임에 따라 중동 사태를 논의 중인 이번 G8 정상회의에서 유혈 사태를 중단할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G8 정상들은 중동 사태 외에 에너지 안보, 전염병 예방, 교육 등 공식 의제와 북한 미사일, 이란 핵 개발 등 국제 현안도 폭넓게 논의했다.

특히 정상들은 국제 유가가 치솟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에너지 안보에 관한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서에서 정상들은 "에너지 안보문제에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이 투명성과 효율성의 원칙에 따라 작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G8회의 공식 개막 하루 전인 15일 별도로 만났으나 많은 부문에서 이견만 확인했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러시아의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달리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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