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피해 한국 왔는데 굶어죽는 게 말이 됩니까" 탈북 모자 사망 여야 한목소리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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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을 피해 대한민국으로 왔는데 굶어 죽었다는 게 말이 됩니까.”(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그런 일입니다.”(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19일 국회 복지위서 결산심사 앞두고 현안 집중 질의 #“굶어 죽었다는 게 말 되냐” “있어선 안 되는 일”

19일 오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최근 숨진 지 두어 달 만에 발견된 서울 관악구 봉천동 탈북 모자 사망 사건에 대해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이날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는 2018 회계연도 결산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열렸지만 의원들은 결산심사보다도 탈북민 모자 사망사건 등 현안에 대한 질문 공세에 집중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2018회계연도 결산심사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오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2018회계연도 결산심사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사건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다면 (세계 경제 10위권에 속하는) 기적을 이룬 나라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의 부실을 지적했다. 그는 “엄청난 돈을 들여서 (시스템을) 개발해 작동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원 스크린(one screen)’에 소득이 0으로 나타났는데도 공무원이 그것을 간과해서 우리가 찾아내지 못했다.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인식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은 “굉장히 비극적 사건”이라고 운을 뗀 뒤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남 의원은 “(사망한) 한씨의 소득인정액이 거의 0원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기초생활보장 제도나 긴급복지 등의 제도에 대한 안내를 해줬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부양의무자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렸다. 남 의원은 “주민자치센터에 상담했더니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이혼서류를 떼오라고 했다고 한다. 중국 남편과 이혼을 해서 서류를 떼러 (중국에) 비행기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빈곤의 상태이고 임대료를 못 내는 상태이면 국가가 생계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이혼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부양의무자 제도 자체가 문제인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에 “부양의무자 규정이 현실과 많이 괴리돼 있다는 걸 알고 단계적으로 없애가고 있다. 향후 3년 이내에 부양의무자 조건을 폐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도 “언론에서는 신청한 적이 없다고 보도가 됐지만 탈북자단체에서 인터뷰한 것을 보면 (사망한) 이 분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하러 갔다. (수급자로) 지정이 됐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북자의 사회안전망 책임은 통일부가 아닌 복지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탈북 초기 5년간은 통일부의 소관”이라며 “사안에 따라 (책임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박능후 장관의 말에 “사회안전망발굴법이나 긴급복지지원법들을 적용해 (탈북민 등을) 돕고 있는데 이 법의 소관 부처가 복지부”라며 “‘사안에 따라 다르다, 초기엔 통일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복지부가 책임을 갖고 해야 한다”고 몰아붙이면서다.

박 장관은 이에 “탈북자가 들어 왔을 때 존재 자체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초기엔 통일부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통일부와 상의해서 실태를 좀 더 면밀하게 돌볼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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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 장관은 답변 과정에서 사실상 탈북 모자의 아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향후 문제점을 보완해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장관은 “부모라 하면 아이가 배고파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아사를 했다. 사인을 정확히 규명해야겠지만 정말 아사라고 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특정한 사각지대로 접근해야 한다. 사고를 달리해 대처해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비에 전기·수도요금이 통합돼 체납 사실을 인지하기 힘든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장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특정 항목(전기나 수도요금)에 대해선 한두 달만 늦어지더라도 바로 신고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치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사망한 탈북 모자는 전기료를 16개월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전기료를 가구마다 따로 내지 않고 관리비에 포함해 관리사무소가 한꺼번에 걷으면서 한국전력이 개별 가구의 체납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고, 위기 가구 발굴 정보(3개월 이상 전기료 체납)에서도 누락됐다.

박 장관은 복지서비스를 ‘몰라서 못 받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복지멤버십(가칭)’ 도입 시기를 당초 2022년 4월에서 앞으로 당기기로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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