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10월엔 바빠서 놓쳤다더니···탈북모자 2번 외면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탈북모자

탈북모자

숨진 지 두어달 만에 발견된 서울 관악구 '봉천동 탈북 모자' 한모(42)씨가 지난해 10월 이후 한 차례 더 주민센터를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도 한씨는 여전히 극빈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는데도 기초수급자 보호를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한씨 모자와 관련한 관악구청의 복지 행정 실태를 조사했더니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한씨 모자는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하고 있다.

한씨 모자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13개월 머물다 입국해 다음달 4일 관할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아동수당과 가정양육수당을 신청해 각각 10만원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소득인정액(소득+소득의 재산환산액)이 0원이었는데도 기초수급자로 보호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16일 관악구 현장 조사를 벌였다. 관악구청은 "당시(지난해 10월) 아동수당 신청과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폐지에 따른 집중 신청기간이어서 업무가 폭증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아동수당이 도입돼 그 즈음에 민원이 급증해 제대로 챙길 여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복지부 조사 결과, 한씨는 지난해 12월 17일에도 주민센터를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씨는 아동수당과 가정양육수당 계좌를 변경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다고 한다"며 "한씨는 이 때를 포함해 두 차례 아동수당 계좌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계좌를 바꾸러 주민센터에 갔을 때 주민센터 직원의 모니터 화면에 소득인정액이 0원이라는 사실이 떴을 것이다. '원 스크린(one screen)' 시스템에 따라 아동수당 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보이게 돼 있다. 그 때 한씨가 생활고를 호소했을 텐데 관악구청과 주민센터가 기초수급자로 보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태라면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제도에 따라 상담을 하게 돼 있고, 통합사례관리 대상에 포함하거나 지방생활보장위원회에 올려 기초수급자 인정 여부를 판단하게 돼 있다"며 "이런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관악구청은 "아동수당 계좌를 변경할 때 소득인정액이 화면에 뜨지 않는다"며 "지난해 12월 한씨가 주민센터를 방문했을 때 생활고를 호소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만약 그렇게 말했다면 상담을 했을 테고, 상담 사실을 기록에 남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복지부가 사용하는 원스크린과 주민센터 프로그램은 다른데, 자꾸 자기 중심으로만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