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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연설로 뭐가 바뀌나" 양보 없는 일본, 한국 재촉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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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입장은 일관돼 있다. 징용 문제에서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길 바라는 것 뿐이다. 볼은 한국측 코트에 있다."(일본 정부 고관)
"일본이 대화를 거부하진 않지만, 일본의 입장엔 그 어떤 변화도 없다."(일본 정부 관계자)
"한 번의 연설로 무엇이 바뀔 수 있겠는가."(일본 외무성 간부)
"이제 숙제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로는 대화를 한다고 해도,할 일을 하지 않으면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외무성 관계자)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을 일본 언론들은 16일 이렇게 전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文대통령 광복절 연설 日반응 "이제 숙제할때 아닌가" #징용문제 해결 압박, 고노 외상도 "국제법 위반 시정" #베이징서 열릴 외교장관 회담서 "한국 입장 확인" #日언론 "경제문제로 코너 몰린 文대통령이 SOS" #TV아사히 "日,어른스러운 선택으로 출구 찾자"

유럽을 방문중인 고노 다로(河野太郞)외상은 15일 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의 입장은 ‘문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징용 문제 해법을 한국이 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는 20~21일 중국에서 열리는 한ㆍ중ㆍ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개최를 조정중인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청와대를 포함한 한국 정부가 진짜로 징용 문제에 대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지 아닌지'를 확인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징용문제가 해결되거나 양국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를 당장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일본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서로 한 걸음도 양보 못하는 상황에서 대립이 지속될 것 같다"(니혼게이자이 신문),"일본 정부는 1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계정상화를 시도해 볼까 검토하고 있지만, 사태를 타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기본자세"(요미우리)라는 것이다.

일본의 정부 소식통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먼저 양보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총리 관저의 확고한 인식"이라며 "한국내 일각에선 28일부터 시행 예정인 '화이트국가에서의 한국 배제 조치'를 일본이 철회할 수 있다고도 기대하지만 현실적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이 15일 오전 10시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려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를 하던 중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천안=사진공동취재단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이 15일 오전 10시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려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를 하던 중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천안=사진공동취재단

일본 언론들은 대화를 촉구한 문 대통령의 의도에 대해 "불매운동이 지속될 경우 일본제품을 취급하는 한국기업의 매출이 줄고, 일본 기업 철수로 한국내 고용이 주는 등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됐기 때문"(요미우리 신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아사히 신문도 "한국 국내에서 일본 제품·서비스 불매운동이 확대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던 소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한국내 상황을 전했다.

TV아사히 메인뉴스의 해설자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後藤謙次)는 15일 밤 뉴스에서 "국제사회에서의 비판도 피하고 싶고, 또 (반도체 품목 규제 강화 등으로)한국에 미칠 경제적 타격도 피하고 싶고, 문 대통령이 상당히 코너에 몰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어떤 의미에선 (일본에)SOS를 쳤다고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대화 요청을 계기로 한ㆍ일 관계의 출구를 찾고, 한ㆍ미ㆍ일 3개국의 연계를 강화하는 어른스러운 선택을 일본 정부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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