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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증 약물·자외선으로 환자 70% 완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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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36세의 아주머니 한 분이 얼마전 병원을 방문했다.
약 3년전부터 흰 반점이 한두 군데 생기더니 요즘에 와서는 전신에 지도를 그린 것처럼 여러 군데로 번져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병원과 약국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으나 아까운 돈만 날리고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l년전부터는 남편이 가까이 오기를 싫어하고 구박하더니 마침내 피부병 환자와 살 수 없으니 이혼을 하자고 우겨대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우선 환자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피부소견을 진찰한 결과 팔·다리는 물론 전신에 동전크기 내지 손바닥만한 크기의 흰 반점이 10여 군데 있어 보통 사람들이 보면 징그러울 정도였다. 진찰결과 피부의 색소가 없어지는 난치성 피부질환인 백반증(백반증)이 었다.
백반증은 백납이라고도 하며 생명에는 아무 지장이 없지만 만성적으로 진행되며 특히 우리나라사람처럼 피부색깔이 황색인 동양인에게는 피부의 하얀 반점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미용상 결함을 초래, 환자에게 정신적 부담을 주고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에도 갈 수가 없어 사회생활에 장애가 된다.
원인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유전적 소인이 있어 환자의 약 25%는 가족 중에 이런 증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화상과 같은 물리적 자극, 가까운 사람의 죽음, 혹은 사회적 갈등과 같은 정신적 충격이 매우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 발생기전을 보면 우리 체내의 어떤 복합체가 멜라닌 색소를 파괴하거나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흔히 갑상선질환·악성빈혈·당뇨병과 같이 나타나므로 자가면역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기원전 1천 4백년께 고대인도·이집트의 기록에 의하면 백반증의 치료는 어떤 식물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다.
최근 흔히 사용되는 치료법은 부신피질호르몬제의 연고를 바르거나 알약을 먹는 방법과 부신피질호르몬제를 백반증이 있는 부위에 주사하는 법이 있다.
이 같은 방법은 1년 이상의 장기치료가 필요한데 오래 사용하면 피부가 얇아지거나 위축되고 심한 경우 당뇨병·위궤양 등 부작용을 일으키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식물에서 추출한 약물을 복용하거나 바르고 자외선을 쬐는 방법이 비교적 부작용이 없고 치료효과도 높아 가장 흔히 사용되고 있다.
백반증은 원래 치료할 수 없는 법이라고 해서과거에는 환자가 오면 그냥 돌려보내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외선과 약물의 병용치료법으로 환자 중 약 60∼70%가 완치 가능하다. 치료도중에 중지하면 색소가 되돌아왔던 부분이 다시 백반증이 되며 치료기간이 1년 정도 걸리므로 끈기와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
박윤기<연세대의대 교수·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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