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韓 신용등급 7년 연속 ‘AA-’ 유지…日보다 2단계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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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AA-·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일본(A2)보다 2단계, 중국(A1)보다 1단계 높다. 2012년 이후 7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2.6→2.3% 하락 전망 #올해 경제성장률은 2.0%로 유지

한국을 일본보다 2단계 높이 평가한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서 피치 역시 같은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대외요인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낙관하지 않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7년 연속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7년 연속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한국이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과 고령화·저성장에 따른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외·재정 건전성이 양호하고,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를 내는 만큼 이같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 갈등의 영향으로 성장 모멘텀이 상당히 둔화했지만 근본적인 성장세는 건전하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경제성장·재정·통화·금융·지정학적 위험 등 총 6가지 항목에 대해 평가했다. 피치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분야의 부진 심화로 수출·설비투자도 악화했다는 이유다.

2020년 성장률 전망 역시 당초 2.6%에서 2.3%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고, 일본과의 무역갈등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피치는 “일본의 한국 화이트 국가 제외 조치는 공급망을 교란하고,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소재를 수입하는 데 불확실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일본의 수출심사가 얼마나 복잡해질지, 한국 기업이 대체 공급업체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주요국 국가신용등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주요국 국가신용등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피치는 한국 정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7.1%로 전망하면서 재정 안정성도 AA등급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재정지출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보다 확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GDP 대비 통합 재정수지 흑자는 지난해 1.7%에서 올해 0.1% 수준으로 1.6%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며 “현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로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23년까지 40%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갈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돼 올해 말까지 한국은행이 0.25%포인트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피치는 전망했다.

또 GDP 대비 94.5%에 달하는 가계부채로 인해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이지만,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우리나라 신용등급 평가에 있어 걸림돌로 분류됐다. 피치는 “지정학적 위험이 국가 신용등급을 제약하고 있다”며 “특히 하노이 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고,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협상 진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간 문화 교류에는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UN의 제재하에서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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