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쿄 올림픽 보이콧 논의? 여당 도대체 어디까지 갈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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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도쿄 여행 금지 검토 등 연일 감정적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당에서 급기야 ‘내년 도쿄 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스포츠 교류는 별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 형국이다.

보이콧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고 있는 이는 신동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다. 신 의원은 어제 “조만간 당정 협의가 있을 텐데 도쿄 올림픽 보이콧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별도의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방사능 안전성 여부를 충분히 조사해 보이콧 여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대일 강경 여론을 선동하고 있는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힘을 보태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최 위원장은 어제 “도쿄 올림픽은 일본 스스로 ‘후쿠시마산 식탁’을 꾸미겠다고 한 것 아닌가. 일본은 방사능 오염 실태에 대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상황이 이러니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올 정도다.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올림픽 보이콧과 중구 ‘노 재팬’ 배너 사태 등에 대해 보고받고 우려한다는 입장을 모았다. 당 대변인 출신의 박용진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올림픽 보이콧은) 가장 냉전이 심했을 때나 있던 정치 논리”라고 지적했다.

집권 여당의 이런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은 한마디로 경솔하고 무책임하다. ‘무작정 반일’이란 감정적 대응은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러려면 집권 여당은 더 세련되고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더구나 정부 여당은 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그 권한을 갖고 있다. 정치 개입을 불허하는 IOC 헌장에 따라 정치결사체인 여당이 개입할 수 없는데도 나서는 것은 월권이다. 설사 보이콧을 한다 하더라도 전 세계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면 ‘나홀로 불참’이 과연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선 북한과 쿠바가 정치적 이유로 불참했다. 당시 올림픽 성공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 채 두 나라는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분위기였다. 여당은 올림픽이 스포츠를 통해 정치·인종·종교 문제를 넘어 평화로운 세상을 도모하자는 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더불어 지금도 국가의 명예와 자신의 온 인생을 걸고 올림픽 출전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을 생각해서라도 선동을 중지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