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8월말 강경화·고노 회담"…외교부 "정해진 것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 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각국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부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돈 쁘나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 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각국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부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돈 쁘나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일본 언론이 이달 말 베이징에서 한ㆍ중ㆍ일 외교 장관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지만 정작 외교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지통신 "8월 21일 베이징 교외서 3국 회담" #NHK "한·일 장관 회담도 조율 중" 일제히 보도 #정작 외교부는 "8월 한·일 민감 이슈 몰려 있어, #협의 중이지만 시기, 장소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지지통신은 7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ㆍ중ㆍ일 3개국이 21일 베이징 교외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도 이달 말 베이징에서 3국 외교장관 회담이 검토되고 있으며, 한ㆍ일 양자회담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만약 양자회담이 성사된다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상은 이달 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후 약 2주 만에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에 외교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협의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개최 일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시기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일본 언론에서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까지 거론하는 것과는 상반된 어조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8월 말에 민감한 일정이 몰려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당장 다음주에는 8·15 광복절이 있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통보일(24일)과 화이트국가(안보우호국) 배제 시행일(28일)도 다가온다. 외교부 내엔 “민감한 시기를 앞두고 빈손으로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봤자 ARF 회담과 크게 달라질 게 있겠느냐”는 분위기가 있다.

앞서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당시 일본 각료회의의 화이트국가 배제 결정을 하루 앞두고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음 날 일본 각의가 한국에 대한 조치를 강행하고 나서 이뤄진 한ㆍ미ㆍ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한일 양국 모두 갈등 상황을 완화하려는 제스처가 없는 상황에서 외교장관끼리 다시 만나봐야 ‘방콕 2라운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재신 국립외교원 고문은 “일본이 이미 화이트국가 시행 절차는 밟아 놓고, '한국 측에 정례적인 외교 대화는 제안했다'는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입장에선 달라진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 이에 응해야 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중재자?= 한국 정부는 난색을 표했지만, 만약 이달 말 베이징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되고 극적으로 접점을 찾게 된다면 양국 간 갈등 상황을 중국이 중재하는 모양새가 된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은 3국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의장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과 일본의 동맹인 미국은 일찌감치 “중재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별개로 한·중 고위급 교류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6일 “ARF 회의에서 강 장관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포함한 고위급 방한에 대해 논의를 했다. 양자가 서로 맞는 일정을 잡는 단계”라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