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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여름철 비상훈련 가보니…올 여름 전력수급 '이상무'

중앙일보

입력

지난 22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한전 본사에서 2019년 한계 전력수급 비상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22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한전 본사에서 2019년 한계 전력수급 비상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22일 오후 4시, 날카로운 경보음이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 울려 퍼졌다. 여름철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한 (전력) 수급 비상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직원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바빠졌다. 공급 예비전력이 3000~4000㎿ 수준으로 떨어진 ‘관심단계’가 발생하자, 수요팀ㆍ배전팀ㆍ송변전팀ㆍ홍보팀 등 직원 약 20명이 한전 지하 1층의 종합 상황실로 뛰어든다. 마치 119구급대원의 출동모습과 흡사하다.

관심단계는 총 5단계의 비상단계 중 2단계로, 111년만의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폭증했던 지난 7월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수요1팀이었다. 전화로 한전의 15개 지역본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달했다. 송변전팀은 전국 변전소에 설치된 변압기를 원격으로 제어해 전력 추가확보에 나섰다. 수요2팀은 인터넷으로 전국 1024개 고객사(社)의 냉난방 기기 사용을 낮춰 전력 부담을 덜었다.

지난 22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한전 본사에서 2019년 전력수급 비상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22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한전 본사에서 2019년 전력수급 비상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한전을 포함한 전국의 주요 전력 공공기관이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대비체계 점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상 관측이래 폭염일수가 가장 많아(31.5일) 가슴을 쓸어내렸던 한전은 올해도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이같은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훈련’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남경필 한전 수요관리부 차장은 “지난해 7월 24일 예비전력이 7090㎿(예비율 7.7%)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며 “이번 훈련상황은 이보다 3000㎿나 예비력이 부족한 극한 상황을 가정해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훈련은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수요관리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정해진 설비용량과 공급능력을 일시에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관심단계 발령 10분 후, 한전 측은 더 악화한 상황인 ‘경계단계(4단계)’를 가정해 훈련을 진행했다. 관심단계에서약 660㎿의 전력을 확보했지만, 1000㎿급 전력을 공급하는 화력발전소 2기가 추가로 고장을 일으킨 상황이 주어졌다. 지난 2011년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던 ‘9ㆍ15 정전사태(최저 예비전력 240㎿)’ 직전과 같은 상황이다.

2014~2019년 여름철(7ㆍ8월) 전력 최대 수요. 지난해 7월에 비해 올해 7월은 전력 최대 수요가 8314MW만큼 낮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4~2019년 여름철(7ㆍ8월) 전력 최대 수요. 지난해 7월에 비해 올해 7월은 전력 최대 수요가 8314MW만큼 낮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력거래소는 긴급절전을 결정하고 한전 측에 이를 통보했다. 긴급절전은 전력을 대규모로 소비하는 산업체가 비상상황 발생 시 사전에 약속된 전력량만큼 사용량을 줄이는 제도다. 전국 15개 지역본부에서는 현대중공업ㆍ고려아연ㆍ롯데정밀화학 등 172개 사에 긴급절전을 독려했다. 약 4분이 지난 4시 16분, 15개 지역본부 중 5개 본부가 목표에 미달했지만 전체 감축분의 90%인 822㎿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100% 목표를 달성할 경우 총 910㎿를 절약할 수 있다. 이날 훈련에서는 한전 직원들이 지인들에게 절전 동참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절전 파도타기’도 실시됐다.

올해는 다행히 이런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같은 훈련은 새로운 변수가 추가적으로 발생했을 때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며 “기상청이 작년 수준의 폭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올해 피크시기 예비력은 8830㎿, 혹서기를 가정했을 때는 7030㎿로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총 5단계의 비상단계는 공급 예비전력 수치로 결정된다. 공급예비력이 5000MW이하로 떨어지면 비상단계가 발령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총 5단계의 비상단계는 공급 예비전력 수치로 결정된다. 공급예비력이 5000MW이하로 떨어지면 비상단계가 발령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5.5일이었던 7월 폭염일수는 올해 2.9일밖에 되지 않았다. 최홍석 한국전력거래소 수급계획팀장은 “현재 정비 중인 고리 4호기ㆍ신월성 2호기 등 원전 6기와 석탄발전소 1기, 양수발전소 3기 외 전국 모든 발전소는 정상운행이 가능한 상태”라며 “휴가 시즌이 마무리되는 8월 2ㆍ3주차에 전력 피크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나주=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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