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양쯔강의 가마우지 같다. 목줄(일본 부품·소재 산업)에 묶여 물고기(완제품)를 잡아도 곧바로 주인(일본)에게 바치는 구조다.’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1989년 『한국의 붕괴』에서 쓴 내용이다.
중국에서는 가마우지의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 물고기를 잡아도 못 삼키게 한 뒤 어부가 가로챘다. 이에 빗댄 ‘가마우지 경제’는 한국 수출구조의 취약점을 일컫는다. 이 말이 30년 만에 부활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배제하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가마우지 경제 탈피를 강조하면서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1998년 이후 대 일본 경상수지는 21년 연속 적자다. 작년에는 242억 달러 적자였다. 작년 대 중국 경상수지는 491억 달러 흑자였다. 가마우지 경제라기보다 동북아 분업 구조 속 비교 우위에 따른 선택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기술 개발이 비효율적이라 일본에서의 수입을 선택한 셈이다.
대일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정부의 선언과 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냉정한 전략적 판단이 아닌 감정적 대응에 휩쓸릴 때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2004년 한·일 FTA를 검토하는 경제보좌관에게 보낸 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한일 관계의 역사상 한국 측은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내켜서 덜컥 일을 저질러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남긴 예가 많았다. 손자의 말대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일 텐데, 우리는 부지피부지기(不知彼不知己)니 매전필패(每戰必敗)일 수밖에 없었다.’(『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새로운 제국-중국』을 쓴 로스 테릴은 “목표 수립과 그 목표를 성취할 힘을 가진 건 별개”라고 했다. 능력이 부족한 의지는 언제나 위험하다.
하현옥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