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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내 나이 서른 … 평생 연기하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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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왕년의 스타에겐 세월도 무기력한가보다. 윤정희. 빼어난 외모와 연기로 문희, 남정임과 함께 1960~70년대 '은막의 트로이카'로 불리던 그녀가 오랜만에 고국을 찾았다. 13일 개막한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6) 장편부문 심사위원으로서다.

14일 PiFan심사위원단 기자회견장에 모시 한복을 입고 고운 자태를 보인 그녀에게서 예순 둘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본인도 "올해 서른 살"이라며 살짝 미소짓는다.

윤씨가 심사위원을 맡게 된 것은 PiFan 집행위원장인 이장호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다. "제가 돌아가신 신상옥 감독님 작품을 많이 했는데 이 감독님이 당시 조연출이셨죠. 마침 올해가 PiFan이 10주년을 맞기도 하고 신상옥 감독 회고전도 있고 해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꼭 해보라는 남편(피아니스트 백건우)의 격려도 있었고요."

무서운 영화를 보지 못해 처음엔 난감했다는 윤씨는 "판타스틱 영화가 꼭 공포영화만은 아니더라"며 "환상과 상상이 있는 판타스틱 영화를 앞으로 꼭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싫어하는 장르라고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겠다는 일종의 오기도 한몫 했노라고 덧붙였다. 윤씨는 람베르토 바바 감독과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 칸 국제영화제 작품선정위원인 제레미 스케 등과 함께 경쟁부문에 오른 10편의 장편 영화를 심사한다.

"영화의 완성도를 중점적으로 평가할 생각"이라는 윤씨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늘 영화 속에서 살다가 영화 밖에서 영화를 보고 평가하니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카메라와 영화조명 속에서 평생을 산 사람이니까 다른 심사위원들과는 또 다른 면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윤씨는 현재 시나리오 두 편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편 모두 2년 반 동안 시나리오 수정작업 중인데 맘에는 들지 않네요. 캐서린 헵번처럼 나이 들어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배우로 남고 싶어요." 영화제가 끝나는 대로 파리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윤씨는 "남들 의식하지 않고 남편과 열심히, 가능한 한 재미있게 살려고 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는 22일까지 '사랑.환상.모험'이란 주제로 부천시민회관, 복사골문화센터 등에서 진행된다. 35개국에서 출품된 작품 251편이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섹션', 어린이를 위한 '키즈 판타' 등의 행사를 통해 상영된다. 032-345-6313

글=주정완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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