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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투표 조작 의혹…국민 프로듀서 신뢰 깬 ‘프로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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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Mnet ‘프로듀스 X 101’ 후폭풍이 거세다. 시청자 투표로 아이돌 연습생의 순위를 매겨 최종 데뷔 멤버를 선정하는 이 프로그램은 19일 최종회 방송 직후부터 투표 조작 의혹에 시달렸다. 1~20위 연습생의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의 배수로, 순위 간 득표 차가 일정한 점이 근거가 됐다.

일부 극성팬들의 주장이라 여겨졌던 의혹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가세하며 확산했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투표 조작은 명백한 취업 사기이자 채용 비리”라며 “검찰이 수사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팬들이 뭉친 ‘프로듀스 X 101 진상 규명 위원회’ 역시 제작진을 사기 등으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Mnet 제작진은 종영 닷새만인 24일 해명을 내놨다. ‘최종득표수 집계 및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지만 최종순위는 변함이 없다’는 요지다. 득표수 간격이 일정해진 이유는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라고 설명했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 의원은 25일 “소수점 둘째 자리가 0 아니면 5만 나올 확률은 로또 두 번 당첨될 확률보다 적다”고 맞받아쳤다. 진상 규명 위원회 역시 “원본 데이터 공개와 함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디션 프로그램 연출 경험이 있는 타 방송사 PD는 “반올림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항목별 비율(%)에 맞춰 자동 계산이 가능한데도 제작진이 투표 결과에 개입, 시청자 참여 오디션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단 얘기다.

이번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2016년 시작부터 투표에 참가하는 시청자의 역할을 ‘국민 프로듀서’라고 강조했다. 국민 프로듀서들이 화가 난 건 지지하는 연습생이 최종 멤버로 선발되지 못해서가 아니다. 100% ‘국민 투표’로 만들어진 그룹이라 여겼던 믿음이 무너져서다. 재발 방지 대책은 물론 아예 이 시리즈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온다.

Mnet은 10년 전 ‘대국민 오디션’을 내건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줄줄이 성공하면서 지상파 부럽지 않은 위상을 얻었다. 생방송 문자투표 참여자는 10년 전 16만명에서 이제 140만명으로 9배가량 늘어났다.

이는 책임감의 무게이기도 하다. ‘국민’을 앞세워 흥한 프로그램에 ‘국민’이 떠나면 무엇이 남을까. 이번 논란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면 당장 26일 시작하는 ‘쇼미더머니 8’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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