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수 조절하려” 고양이 잔혹 살해한 남성, 구속될까

중앙일보

입력

최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에서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이 “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오늘 그의 구속 여부를 심사한다.

지난 13일 오전 가게 CCTV에 찍힌 학대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3일 오전 가게 CCTV에 찍힌 학대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사료에 고시원 세제 섞어 돌아다녀 

지난 13일 오전 8시쯤. 화단에 앉아 쉬고 있던 고양이 ‘자두’에게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세제가 묻어있는 사료를 건넸다.

자두가 외면하고 자리를 뜨려 하자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남성은 자두의 꼬리를 잡아 바닥에 수차례 내려치고 발로 밟았다. 경의선 숲길 인근 가게 점주들과 시민들로부터 ‘삼색 고양이’로 불리며 귀여움을 받던 자두는 그렇게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범인을 잡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장면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자두에게 밥을 주고 길러오던 인근 가게 주인은 다음날 영상을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영상은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돼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불렀다.

5일 뒤 서울마포경찰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30대 남성 A씨(무직)를 그가 살던 고시원에서 체포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는 동물 혐오 범죄로 추정되고 있다. 가게 측은 “A씨가 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려고 그랬다고 경찰에 진술했는데, 자두는 중성화 된 고양이였다”고 말했다.

'동물학대범 구속' 전환점 될까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마포경찰서는 “재물손괴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이 이를 청구했다”고 23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반려동물도 재물로 치기 때문에 남의 동물을 학대할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동물보호법 위반(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2000만원)보다 높다.

가해 남성이 실제로 구속될 수 있을까. 경찰 관계자는 “동물학대 사건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해 구속영장 신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동물 학대 가해자가 구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동물학대 처벌 강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 답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난 5월까지 입건된 동물학대 사건 1546건 중 구속은 단 1건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강제추행죄 등 다른 범죄를 함께 저지른 사안이었다.

지난 13일 잔혹하게 살해된 고양이 자두의 생전 모습. 그는 3가지 색깔의 털이 섞여 '삼색 고양이'로 불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3일 잔혹하게 살해된 고양이 자두의 생전 모습. 그는 3가지 색깔의 털이 섞여 '삼색 고양이'로 불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목표는 자두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시민들이 놓고 간 고양이 사료 등을 수거해 세제와 섞은 뒤 이를 가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손에 장갑까지 끼고 범행을 저지르는 등 계획적이었다.

서울서부지법은 24일 오전 영장심사를 열고 그의 구속 여부를 판가름한다. 자두를 기르던 가게 측은 법원에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가게 관계자는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거나 사건 관련자들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두렵다”며 “이 사건이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전향적인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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