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경의를!”
상하이 선화 이적 후 3경기 연속골 #오른발·왼발·머리로 ‘온몸이 무기’
21일 중국 베이징의 펑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이징 런허와 상하이 선화의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 19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중국의 ‘시나 스포츠’는 상하이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31)을 극찬했다. 김신욱은 전반 3분만에 선제골을 터뜨려 4-1 대승을 이끌었다. 왼쪽 골라인 근처에서 올라온 볼을 왼발 하프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베이징 골망을 흔들었다. 큰 키(1m96㎝)가 무색할 정도로 유연하고 감각적인 골이었다.
김신욱은 최근 상하이에 합류한 이후 3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지난 12일 허베이 화샤싱푸와 치른 리그 데뷔전(1-2패)에선 전반 15분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상대 수비수 두 명이 마크하는 가운데 압도적인 높이로 욱여넣었다.
지난 16일 허난 젠예와의 홈 경기(3-2승)에선 오른발로 골을 만들었다. 전반 17분 동료의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흐르자 뛰어들며 슈팅해 골을 넣었다. 위치 선정과 순간 판단, 골 결정력이 모두 돋보였다. 베이징전에서 왼발 득점까지 추가하며 김신욱은 ‘온 몸이 무기’임을 기록으로 입증했다.
중국 현지 언론은 감탄을 쏟아냈다. ‘상하이 러시엔’은 베이징전 직후 “김신욱이 즐라탄처럼 솟구쳐 올라 골을 넣었다”면서 “머리로 발로 어떻게든 골을 만든다”고 칭찬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LA갤럭시)는 1m95㎝의 거구이면서도 태권도 발차기를 응용한 변형 동작으로 종종 골을 넣는 공격수다. ‘왕이티위’는 “김신욱이 ‘아이언맨’ 같은 고난도 발리 슈팅을 선보였다”면서 “그라운드의 깡패”라고 칭찬했다.
중국 수비수들이 김신욱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이유는 ‘협력 수비’ 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m에 가까운 장신 공격수를 방어하려면 수비수 한 명이 전담 마크하면서 다른 한 명은 슈팅이나 돌파 길목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의 전술적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대표급을 제외한 대개의 중국 선수들은 ‘약속된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다.
김신욱에 앞서 상하이 선화에서 뛴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김기희(30·시애틀 사운더스)는 “중국 진출 직후 동료 수비수들에게 각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위치와 움직임에 대해 설명했다”고 했다. 이장수(63) 전 광저우 헝다 감독은 “중국 축구가 매년 급성장하지만, 아직은 고난이도 전술의 수행 능력이 부족한 팀이 많다”고 말했다.
상하이 선화를 맡자마자 전 소속팀 전북 현대에서 김신욱을 급히 데려온 최강희(60) 감독의 표정도 밝다. 부임 이후 초반 세 경기에서 2승(1패)을 거두며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전방에 믿을만한 ‘타깃맨’을 세워 놓고 롱패스 위주로 공격을 풀어가는 건 최 감독이 전북 시절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식이다. 단순하지만, 맞아 떨어지면 효과 만점이다. 상하이가 ‘세후 연봉 5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김신욱을 영입한 이유도 이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최 감독과 김신욱이 합류하기 전 강등권 언저리(14위)까지 떨어졌던 상하이의 순위는 12위까지 반등했다. 수퍼리그는 시즌 종료 후 15위와 꼴찌 16위가 별도의 플레이오프 없이 2부리그(갑급리그)로 떨어진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