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헬리콥터 소리에 수업할 수가 없어요.” “제발! 조용한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22~26일 닷새동안 수리온 헬기 2차 소음 측정 #주민들 "60년간 소음과 재산권 피해" 이전 호소
수리온 헬기 18대가 배치될 예정인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안대리 인근에 가면 이런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헬기부대 창설에 속도가 붙으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군 당국과 양구군의회가 소음피해 대책 마련을 위해 소음측정에 나섰다.
21일 양구군과 군의회 등에 따르면 양구군의 핵심 현안 중 하나인 안대리 군 비행장에 대한 2차 소음 측정이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진행된다. 이번 군 비행장 소음 측정은 헬기 소음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양구군 한 주민은 “헬기가 18대나 들어온다는데 앞으로 그 소음을 들으며 어떻게 사느냐”며 “헬기가 다니는 곳 주변에 학교와 주거지역이 많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방부·군의회 발주 용역회사 2곳서 진행
이번 2차 소음 측정은 국방부와 군의회가 각각 발주한 용역회사 2곳이 매일 진행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동안 하루 2~3회씩 이뤄질 예정이다. 22일에는 오전에 헬기 3대와 UAV(무인정찰기) 1대, 오후에는 헬기 3대가 비행을 한다. 23일에는 오전에 헬기 3대, 오후에 헬기 1대, 저녁 시간에 헬기 3대가 각각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또 24일에는 오전에 헬기 3대와 UAV 1대, 오후에 헬기 3대가, 25일에는 오전에 헬기 6대, 오후에 헬기 4대와 UAV 1대가 비행한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오전과 오후에 각각 헬기 6대가 뜰 예정이다. 하지만 비가 내릴 경우 측정을 하지 않는다. 측정 장소는 비행장 주변에 있는 양구중·고와 석천중·양구여고 등 37곳이다.
측정 장소 학교 학생과 운영위원회는 안대리 비행장 확대·운영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건 상태다. 한 고교생은 올해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고교생은 “학교 1㎞ 반경에 헬기장이 조성되면 학생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며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헬기를 제발 배치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주민들이 결성한 헬기부대 확대 반대투쟁위원회가 지난 3월 안대리 현장을 방문한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에게 비행장 이전을 건의했다.
지난 5월에도 1차 소음측정 진행
이 지역 주민들은 안대리 군 비행장이 완공된 1958년부터 60년 넘게 소음과 재산권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부대가 커지면 지역 존립마저 위협받게 된다며 이전을 호소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5월에도 1차 소음 측정이 실시됐다. 당시에도 국방부 및 군의회가 각각 발주한 용역회사 2개 업체가 5일간 소음을 측정했다. 소음 측정 장소는 양구초교와 안대리 경로당, 양구읍내 등 26곳이었다. 김철 (항공대대 확대 반대 특별위원회 위원장) 군의원은 “소음 측정을 통해 헬기부대가 창설되면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가 예측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갖고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지난 2월 소음 저감 대책으로 “7월까지 비행장 주변에 방음벽 315m를 설치하고, 2021년까지 방음벽 290m와 담장 2.9㎞를 추가로 설치해 소음과 비산먼지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며 “비행장 외곽에 방풍림을 조성하는 등 소음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심지를 피해 헬기 항로를 조정하고 오전 9시 이전과 오후 9시 이후, 주말은 운항을 제한하는 등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구=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