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이 재산세 더 내" 김현아, 김현미 지역구 또 건드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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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기 신도시의 딜레마 그 해법은?'세미나에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기 신도시의 딜레마 그 해법은?'세미나에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경기 고양정)인 일산 집값을 두고 국토부와 연일 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 17일 일부 언론을 통해 “2018년 기준 고양시 일산서구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실거래가 반영률)은 72%인데 비해 성남 분당구는 60.7%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 됐다. 분당보다 일산 주민들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높게 책정된 탓에 세금(재산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낸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3기 신도시(창릉신도시) 공급 폭탄으로 고양시 자산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데도 재산세까지 더 많이 내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이틀 만인 19일 해명자료를 내고 김 의원 주장을 반박했다. 잘못된 데이터를 적용해 통계를 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자료에서 “김 의원은 유형, 표본 수, 비교 시점에서 서로 상이한 데이터를 적용했다”며 “국토부가 2019년 1월 1일 공시대상 공동주택 전체(전국 1339만호) 기준으로 주택가 현실화율을 추정했는데, 일산과 분당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 해명에 김 의원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재반박에 나섰다. 김 의원은 “총액을 얘기할 게 아니라 건별 현실화율을 제시하라. 일산의 주요 아파트단지 평형대별 현실화율을 정확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를 향해 “한 번도 공개하지 않던 현실화율 계산산식을 최초로 공개해줘서 고맙다”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현실화율 자료를 지난 3년 동안 수차례 요구했는데 국토부가 ‘산정 않는 자료’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그런데 장관 지역구를 비교하자 즉각 반박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국토부와 이처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건 “수도권 내 민주당 텃밭을 공략해야 한다”는 한국당의 내년 총선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경기 고양시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정의당이 지역구를 싹쓸이(고양갑 심상정, 고양을 정재호, 고양병 유은혜, 고양정 김현미)한 곳이다. 현 정부 장관급 인사를 둘이나 배출한,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치적 교두보다.

하지만 3기 신도시가 이 지역에서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한국당은 빈틈을 노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5월 7일 지정한 경기도 고양 ‘창릉신도시(3만8000세대)’에 거부감을 보이는 일산 주민들을 집중 공략 중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일산보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는 탓에 집값 하락과 교통 혼잡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당은 5월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무분별한 신도시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정책 토론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3기 신도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나경원 원내대표)는 주장도 나왔다.

김현아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지만 최근 유튜브에 '3기 신도시' 관련 영상, 그 중에서도 일산 관련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김현아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지만 최근 유튜브에 '3기 신도시' 관련 영상, 그 중에서도 일산 관련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김 의원 역시 이 시기를 전후해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의 ‘부동산 전문가’ 타이틀을 살려 일산 지역을 조명하고 있다. 5월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에 ‘탄력 근로제’(2월 19일),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3월 5일) 등 비교적 다양한 이슈에 대한 콘텐트를 올렸으나 이후엔 ‘두 도시 이야기-출발은 비슷했으나 지금은…’(7월 3일), ‘일산이 분당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낸다!?’(6월 29일) 등 쏟아내고 있다.

현재 교육위 소속임에도 일산지역 부동산 문제에 ‘올인’하면서 자연스레 그의 내년 총선 일산 출마설도 퍼졌다.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와 관련해 김 의원과 김 장관이 총선전초전을 연상케 하는 기싸움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이 “(내년 총선) 지역구 그대로 나오실 건가”라고 묻자 김 장관은 “네, 김현아 의원이 자주 다니는 거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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