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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는 꼭 이래야 한다? 고정관념 깨는 팀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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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호피폴라는 ’흔치 않은 조합이어서 음악적으로 더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하현상(보컬)·김영소(기타)·홍진호(첼로)·아일(보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호피폴라는 ’흔치 않은 조합이어서 음악적으로 더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하현상(보컬)·김영소(기타)·홍진호(첼로)·아일(보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밴드란 뭘까. 12일 종영한 JTBC 음악 예능 ‘슈퍼밴드’가 남긴 질문이다. 통상 밴드라 하면 보컬·기타·베이스·드럼을 중심으로 신나는 사운드를 뿜어내는 음악이라 여기지만 정작 우승을 차지한 팀은 전혀 다른 구성의 ‘호피폴라’이기 때문. 보컬 아일(25)과 하현상(21)은 각각 미국 버클리음대와 서울예대에서 음악을 공부하다 데뷔한 인디 뮤지션이지만 첼리스트 홍진호(34)는 독일 뷔어츠부르크 음대에서 석사를 마친 프로 연주자다. 여기에 한림예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기타 김영소(18)까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은 조합이다.

‘슈퍼밴드’ 우승 4인조 호피폴라 #첼로·기타 조합에 서정성 더해

17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이들은 “그게 바로 우승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프런트맨으로서 이들을 차례로 영입한 아일은 “멤버 수에 관계없이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다른 소리를 만들어가면 그게 바로 밴드”라며 “특히 진호형이 첼로 활을 한 번 켤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에 감동 받은 시청자들의 표가 쏟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이들의 음악적 배경은 달랐지만, 음악에 대한 가치관은 비슷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수록곡 ‘바람이 되어’ 등을 부른 하현상은 “음악과 영상이 매치되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며 “멤버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영감을 얻기도 했다”고 밝혔다. ‘토이스토리’를 보고 떠올린 말소리 추임새를 결선 2차전에서 아비치의 ‘웨이크 미 업(Wake Me Up)’를 부를 때 넣는 식이다.

팀명을 결선 1차전에서 부른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의 곡명 ‘호피폴라(Hoppipolla)’에서 따온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대자연의 풍광이 그려지듯 노래하는 이들처럼 희망과 위로를 선사하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호피폴라는 ‘물웅덩이로 뛰어들다’라는 뜻을 가진 아이슬란드어로, 도전을 의미한다.

생방송 파이널 무대를 앞두고는 2주 동안 10곡을 번갈아 연습할 만큼 고민이 많았다. 결국 신나는 곡 대신 린킨파크의 ‘원 모어 라이트(One More Light)’를 택했다. 프로그램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린킨파크 멤버 조한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이들이 가진 서정적 음악관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사실 저도 밴드에 대한 선입견이 강했어요. 하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매력을 느꼈죠. 클래식에서는 항상 정답을 찾기 위해 애썼는데, 개개인의 창의성이 극대화되는 게 감동적이더라고요.”(홍진호)

김영소 역시 “밴드는 사운드를 꽉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소리를 비워줄수록 모두가 빛나는 게 신기했다”며 ‘비움의 미학’을 강조했다.

이들은 다음 달 전국투어를 시작으로 앨범 발매와 월드 투어를 앞두고 있다. 고3인 김영소가 “전국투어는 방학이라 괜찮은데 2학기가 문제”라고 말하자 형들은 “대학엔 꼭 보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일은 “그동안 함께 써둔 곡들이 잔뜩 쌓여있다”며 “빨리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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