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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협상 앞두고 배수진 "물과 공기만 있으면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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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둔 북한이 15일 ‘물과 공기’만 있으면 무엇이건 가능하다며 자력갱생을 전면에 내걸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군민대단결의 위력으로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어떤 어려운 조건에서도 물과 공기만 있으면 혁명도 하고 창조도 하며 일단 마음만 먹으면 세계에 없는 것도 만들어내는 혁명군대의 고상하고 전투적인 풍모를 오늘의 투쟁에서 남김없이 과시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력갱생의 진격로를 열며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가는 서도 인민군대가 선구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향해 최대한 양보 얻겠다는 배수진

1990년대 후반 식량난, 외화난, 에너지난 등 총체적인 경제난으로 불리는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은 군대의 역할을 강조해 왔는데 최근 이런 분위기가 다시 감지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996년 10월 1일 김일성종합대 창립 50주년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이 ‘믿을 건 군대뿐’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사회 통제 체제가 무너졌지만, 상명하복의 군의 명령체계만 가동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민간이 군을 돕자는 ‘원군운동’이 벌어졌다”며 “그러나 최근 군을 다시 강조하는 분위기는 명령체계가 작동하는 군과 민이 합심해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특히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물과 공기' 만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배수진을 쳤다는 대미 메시지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사전 기싸움 성격이다.

북한 온라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이 "오는 7월말부터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현대아산이 건설해 남측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온천장. [조선의 오늘 캡처]

북한 온라인 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이 "오는 7월말부터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현대아산이 건설해 남측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온천장. [조선의 오늘 캡처]

북한은 또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도, “7월 말부터 11월까지 금강산 관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자력갱생은 조선혁명의 영원한 생명선’이라고 했던(13일) 북한의 대외 온라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14일 “3박 4일 동안 등산, 낚시, 온천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관광대상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한은 남측(현대아산)의 관광이 중단된 뒤 북한 주민과 해외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관광을 진행해 왔다”며 “한동안 관광을 중단했다 재개하겠다는 것인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초 금강산 현지에서 만난 북한 관계자는 “미국, 대만, 유럽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미 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을 향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라고 시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중단됐는데, 최근엔 대북제재(대규모 대가 지불 금지 및 북한과 경협 불가) 대상이 됐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미를 향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을 재개하라는 요구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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