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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사고 낸 케이블카…알고 보니 58년째 ‘남산 독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 승강장 충돌사고로 7명의 인명 피해를 낸 남산케이블카 운영업체가 최근 3년간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남산이라는 공공자산을 기반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리면서 안전관리는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자산 기반으로 민간 업체가 사업 #지난해 매출 130억, 영업이익 52억 거둬 #“서울시가 사업권 회수 방안 검토해야”

서울 남산케이블카 매표소 앞에 '기계정비로 운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남산케이블카 매표소 앞에 '기계정비로 운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산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은 지난해 매출 130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39억원이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61억(2016년)→115억(17년)→130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는 109억원에 이른다.<도표 참조>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35.6%에 이르는 보기 드문 알짜배기 기업이다.

이 회사는 고(故) 한석진 전 대한제분 대표가 1958년 설립했다. 이후 남산 기슭에 국내 최초의 600여m짜리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62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고 한석진씨의 아들인 한광수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자본금은 2억원으로, 한 대표 집안과 동업자 격인 이기선 공동대표 측이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배당으로만 16억원을 받아갔다.

문제는 남산 경관을 활용한 사업 독점권이다. 군사정권 당시 궤도업(케이블카) 면허를 내주면서 사업 종료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영구적 독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당시만 해도 공공자산을 활용해 일정 기간 사업을 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 증여하는 기부채납 규정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가진 자산은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토지 3077㎡(약 930평)와 건물·차량운반구 등 50억원어치가 대부분이다. 케이블카 상층부 승강장은 국유지여서 산림청에서 빌려 쓰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5년 단위로 사용허가를 내주고 있으며 공시지가에 따라 사용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금감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해 지불한 임차료는 380만원이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시가 민간 기업에 특혜성 지원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3년 5월 케이블카 하층부 승강장 근처에 21억3000만원을 들여 ‘남산 오르미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줘서다. 또 한국삭도공업이 공공기여 없이 케이블카 상층부에 장애인 엘리베이터 설치(11억4000만원)하는 것을 허가하기도 했다. 환경부가 제시한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민간 사업자가 시설 투자를 할 경우 수익의 일부를 공원 관리에 기여하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서울시의회는 2016년 4월 ‘남산케이블카 독점운영 및 인허가 특혜의혹 규명을 위한 행정 사무조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업 독점권 해소나 공공 기여 확대, 안전관리 확충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은 없었다.

이즈음 남산케이블카 관리·감독 업무는 서울시에서 서울 중구청으로 이관됐다. 남기재 중구청 교통행정과장은 “케이블카 시설은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안전관리를 하고, 건물 외관은 구청이 의뢰한 안전자문단에서 육안 검사를 하는 게 전부”라며 “지난 3월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케이블카 시설 관리에 대해 ‘적합’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12일 오후 남산케이블카 승강장으로 내려오던 케이블카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안전펜스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외국인 관광객 2명을 포함해 7명이 다쳤다.

남산케이블카 홈페이지에는 12일 충돌사고 후 운행 중지를 알리는 안내가 공지돼 있다. [남산케이블카 홈페이지 화면 캡처]

남산케이블카 홈페이지에는 12일 충돌사고 후 운행 중지를 알리는 안내가 공지돼 있다. [남산케이블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고가 난 남산케이블카는 현재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한국삭도공업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기기를 재정비, 점검하고 있으며 관계 기관을 통한 공식 안전검증 후 운행할 예정이다’는 메시지를 게재한 게 전부다. 사고 관련 문의를 위해 수 차례 전화했으나 회사 측과 연락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케이블카 운전 직원의 실수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남산케이블카는 도착 전 미리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운전실 직원이 브레이크를 늦게 작동시켜 케이블카가 제때 정지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수동 운행은 1962년 첫 설치됐을 때부터 써 온 방식이다. 남대문경찰서는 업체 직원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성중기 서울시 의원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수동으로 제어하다 사고가 났다는 것은 그만큼 케이블카 안전 관리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성 의원은 2016년 남산케이블카 특혜의혹 규명 특별위원회에 참여했다. 그는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부지는 서울시와 국가 소유다. 업체 측이 합당한 이용료를 내거나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울시가 사업권 회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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