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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술마시려고 따라간 것"…'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유죄 나올까

중앙일보

입력

[사진 유튜브]

[사진 유튜브]

”피고인은 피해자와 같이 술을 마시자는 취지로 집까지 따라갔을 뿐 강간을 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남성 조모(30)씨의 재판이 시작됐다. 변호인은 조씨가 피해자의 집 앞까지 따라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간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 시작 전부터 법조계에서는 범죄 의도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11일 오전 11시 성폭력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주거침입강간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모(30)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조씨는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고 변호인만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재판 진행을 어떻게 할지 의논하는 일종의 예비 재판 개념으로 피고인이 법정에 나올 의무가 없다.

이날 재판에서 조씨측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었던 것이지 강간의 범죄 의도가 없었다”며 “조씨가 당시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기억이 모두 나진 않지만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피해자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조씨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거침입죄나 폭행죄로 법리를 적용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강간미수는 결코 아니라는 의미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조모씨가 5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조모씨가 5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수사기관에서도 범행 의도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분석했지만 성범죄 의도를 언급한 메시지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검찰은 조씨가 2012년에도 술에 취한 20대 여성을 발견하고 모자를 눌러쓴 뒤 강제로 추행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씨가 지난 5월 28일 범행 당시에도 모자를 눌러쓰고 모르는 여성을 따라갔기 때문에 동일한 수법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는 의미다.

조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검찰은 조씨가 피해자 집 문 앞에서 ‘물건을 떨어뜨렸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설득하려고 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피해자는 검찰에서 “조씨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집으로 들어오려고 해 공포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피해자의 변호인은 11일 중앙일보에 “당시 조씨의 행동이 CCTV에 모두 찍혔는데 피해자가 분실한 물건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해자는 조씨가 재판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합의를 고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침입을 시도한 곳이 여성이 혼자 거주하는 원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강간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단순 절도 목적이었다면 빈집이 아닌 사람이 있는 집에 들어가려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혼자 사는 여성이 집에 들어갈 때 따라 들어가려다가 실패한 사람에게 강간미수죄가 적용된 전례는 없다. 이전에 없던 일인 만큼 법적인 의미가 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씨에게 유죄가 인정될 경우 강간죄의 범위가 이전보다 넓어질 전망이다. 이경민 변호사(법무법인 평안)는 "강간미수가 인정된다면 교과서에 실릴 만한 판례다"며 "강간 고의를 입증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 봤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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