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휴대폰 요금 잘 내면 300만원 대출 OK…판 커지는 은행권 소액대출 시장

중앙일보

입력

우리은행은 통신사 신용등급로 대출조건을 정하는 '우리 비상금대출'을 11일 출시했다. [우리은행 홈페이지 캡처]

우리은행은 통신사 신용등급로 대출조건을 정하는 '우리 비상금대출'을 11일 출시했다. [우리은행 홈페이지 캡처]

은행권 모바일 소액신용대출 시장의 판이 커졌다. 인터넷전문은행뿐 아니라 시중 은행들도 2030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속속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소액신용대출 상품 ‘우리 비상금 대출’을 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금융거래 정보가 아닌 ‘통신사 신용등급(텔레스코어)’만으로 대출조건을 정한다. 우리은행 디지털마케팅부 관계자는 “그동안 텔레스코어를 대출 심사의 보조지표로 삼은 상품은 있었지만 텔레스코어만 가지고 신용평가를 하는 상품은 은행권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요금 잘 내면 신용대출 금리↓

나이스신용평가정보의 텔레스코어는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전화 기기 정보, 요금 납부내역, 소액결제 내역을 바탕으로 1~10등급으로 나눠진다. 이 중 1~8등급이 '비상금 대출'의 대상이다. 한도는 최대 300만원, 대출금리는 최저 3.84%이다. 텔레스코어 5등급 정도면 4%대 후반~5%대 초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제2금융권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금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액신용대출은 은행으로서 큰 이익이 되는 건 아니지만 금융거래 이력 정보가 부족해 은행 대출이 어려웠던 사회초년생 등 금융소외계층이 접근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비상금 대출은 간편뱅킹 애플리케이션 ‘위비뱅크’에서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 입출금계좌와 공인인증서가 있으면 서류 제출 없이 2분 이내에 간편하게 대출이 가능하다.

쉽고 빠른 소액대출 경쟁 심화

은행권에서 모바일 소액신용대출 시장이 처음 열린 건 2017년이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미니K간편대출(현 비상금 마이너스통장)’을 선보인 게 시작이었다. 같은 해 출범한 카카오뱅크 역시 ‘비상금대출’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신한은행은 ‘쏠편한 포켓론’, 국민은행은 ‘리브 간편대출’을 출시하는 등 기존 대형 시중은행도 뒤따랐다. 지난해 9월엔 하나은행이 금융앱 핀크와 손잡고 50만원 한도의 ‘하나핀크 비상금대출’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은행권 비대면 소액 신용대출은 기존엔 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5등급 이하 중신용자로 고객범위를 넓혔다. 제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비대면 소액신용대출 가입자 중 중·저신용자(5~10등급) 비중은 51%에 달한다(지난해 말 기준). 신한은행 역시 쏠편한 포켓론 가입자 중 54%가 5등급 이하로 나타났다. 비대면 소액신용대출 규모가 가장 큰 카카오뱅크의 경우 이용자의 40%가 중·저 신용자였다.

중신용자 접근성 높아졌지만 연체율도 높은 편

다만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이 많은 만큼 건전성 관리가 문제다. 제윤경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소액 신용대출 상품의 연체율은 케이뱅크 2.78%, 신한은행 3.23%(마이너스통장 상품 기준)로 다소 높은 편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신규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에 0%대의 낮은 연체율을 기록했다(지난해 말 기준 0.16%).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