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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람 장관 “송환법 죽었다” 항복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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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캐리 람. [로이터=연합뉴스]

캐리 람.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민의 대규모 반중국·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범죄인 인도법과 관련해 “법안은 죽었다”(bill is dead)고 말했다. 법안의 입법절차에 대해선 “완전한 실패”라고 인정했다. 사실상 입법 포기 선언이다.

시위대 “법적 절차엔 죽었다 없다” #완전 폐기 때까지 시위 계속 밝혀

람 장관은 “지난달 18일 나는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러한 불만의 원인은 정부에 있고, 정부가 법안을 재 추진한다는 의구심이 시민들 사이에 남아 있다”며 “하지만 그런 계획은 전혀 없다. 법안은 죽었다”고 분명히 했다.

람 장관은 송환법 입법 절차에 대해 지난 15일 “보류”라고 했다가 사흘 뒤엔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표현을 썼다. 그러나 시위대는 홍콩 반환 22주년인 지난 1일 입법회 건물을 점거하는 등 시위 수위를 높여왔다.

람 장관의 선언에도 최근 더 격렬해진 시위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시위대는 의원들이 송환법을 다시 논의할 수 없도록 즉각적이고도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완전한 폐기는 이번 입법회가 종료되는 2020년 여름이 지나야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죽었다’는 표현이 법안 폐기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람 장관의 ‘항복선언’이 나온 직후, 시위대를 이끄는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CHRF) 대표는 영문과 표준 광둥어로 성명을 내고 “홍콩 법이나 입법회의 모든 법적 절차에서 ‘죽었다’는 단어는 없다”며 “(람 장관이) 법의 원칙조차 안 지키면서 우리에게 법을 지키라고 강요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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