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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걸고넘어진 아베…전문가 “국제법상 유례없는 중상모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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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대한국 수출규제를 대북제재와 연관지으며 ‘화학무기로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가 한국을 통해 북한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한 국제법 전문가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중상모략”이라고 말했다.

유엔이 한국 위반 제기한 적 없고 #적발돼도 국가 아닌 개인 문제

일본 측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뿐 아니라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재래식 무기와 이중 용도 품목 및 기술 수출 통제에 관한) 바세나르 체제 등 국제 규범 등을 어긴 게 된다. 하지만 외교당국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제재 위반과 관련해 한국을 조사 중인 사안이 없다. 일본은 물론 어느 나라도 한국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을 들면서도 사례는 물론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안보리가 제재 결의를 채택하면 회원국은 국내 법률체제를 정비하고,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국내법으로 처벌한다. 정부 관계자는 “제재 위반으로 기소할 때도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혐의 입증과 증거 확보가 필수여서 미국조차 한 건 잡아내는 데 몇 년 동안 수사한다”고 전했다. 설령 제재를 위반해도 정부를 상대로 조치를 취하진 않는다. 기소의 대상은 위반한 단체나 개인이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이를 교사했거나 묵인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책임을 정부에 묻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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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한국이 바세나르 체제상 무역관리를 확실히 한다지만 믿기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적했듯이 바세나르 체제 지침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거래를 저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명확한데, 무역관리 규정도 제대로 안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아베의 발언은 논리적 비약이자 적반하장이란 지적이다. 일본 역시 국가 간 신뢰를 저버린 선례가 있다.

호주가 일본의 고래잡이를 ‘불법’으로 제소한 데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4년 “연구 목적이어도 남극해에서 포경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난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하고 상업 포경 재개까지 선언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주장을 한 쪽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입증 책임의 원칙에 따라 일본이 이런 의혹을 제기하려면 스스로 입증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정부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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