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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만능주의 과소비풍조 "동양고전서 극복의 길 찾자"|심백강 정문연 전문위원 논문서 주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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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사회에서 자본주의가 안고있는 문제점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있는 황금만능주의나 과정을 무시한 일확천금주의, 향락·사치로 대변되는 과소비풍조, 그리고 부의 편재와 왜곡된 분배구조등은 도대체 해결할 방안이 없는 것인가.
이제 갓 국민소득 4천달러를 넘어선 형편에 벌써부터 드러나는 이러한 말기 자본주의적 병폐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은 동양고전에서 찾을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전문위원인 심백강씨 (중문학)는『정신문화연구』 최근호(통권제36호)에 「동양고전에 있어서의 경제사상」이란 논문을 발표,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인류사적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서구경제사상은 동양의 고전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다』고 전제하고 유가와 법가경전을 중심으로 경제사상을 고찰했다.
우선 유가의 경전에 나타난 현대적 개념의 경제용어는 재와 부로 이는 가정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사회적 기반을 튼튼히 해준다는것.
그러나 주목해야 하는점은 재부가 효용가치는 있지만 인생과 사회의 제1의 가치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논어의 『이를 보면 의를 생각한다』(견리사의)는 구절이나 『이를 원하나 부당한 방법으로 하지 않는다』(욕리이부위소비)는 순자의 구절은 재부, 즉 경제사상을 도덕에 부속된 하나의 하위개념으로 파악하고 있어 도덕적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가 우선되고 과정을 무시한 일확천금주의가 판치는 현재의 세태에 귀감이 된다는 것이다.
또 6공화국 들어서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분배정의의 문제와 관련, 유가는 맹자량혜왕 상편에서 보듯 정전제도를 통한 토지의 균분으로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에 재부가 집중되는 것을 반대하고 백성모두가 고루 잘사는 것을 분배문제의 기본철학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심위원은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유가의 경우 균등한 배분은 주장하고 있지만 빈부·귀천의 차등을 인정하고 있어 상대적 빈곤감, 또는 이로인한 결과적 불균등 현상이 불가피했다고 지적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가는 물질적 욕구의 자 제와 예의의 존중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욕구자제·예의존중은 현재 확산되고 있는 무절제한 과소비풍조나 욕구분출에 대한 근본치유책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심위원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무위자연으로 대변되는 도가사상의 경우는 재부의 효용과 가치를 본질적으로 부정하고 인간이 무욕의 천진스럽고 자연스러운 원상태로 되돌아감으로써 만이 내면세계의 참된 부, 즉 영원한 부를 누리게 된다는 경제사상을 가지고 있다.
즉 도가사상은 「소비가미덕」이라는 현대경제사상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절약을 생활신조로한 미덕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소득 1만달러나 2만달러의 선진국민들보다 오히려 씀씀이가 헤픈 일부 계층에 경각심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분배에 있어서 도가는 사유보다는 분배나 공리의 정신을 통한 무사유·무소유의 경지를 추구할때 영원한 소유를 얻는다고 보고있다고 심위원은 강조했다.
결국 동양고전에 나타난 이러한 인본주의·자연주의적 경제사상으로 서구 유물주의적 경제사상을 재조명할때 현재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고민과 혼란을 극복, 새로운 활로와 새로운인식의 지평을 열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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