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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발 ‘폐플라스틱 쓰나미’ 한국 덮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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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호 12면

국내로 반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쓰레기 처리의 어려움을 내세워 지난해 1월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여파다. 중국으로 폐플라스틱 수출길이 막히자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은 폐플라스틱을 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로 보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상당량의 폐플라스틱이 국내로도 흘러들어오고 있다.

중국, 폐기물 수입 중단 후폭풍 #폐플라스틱 몸살 앓던 동남아 국가 #바젤협약 개정안 내세워 반입 제한 #OECD 회원국 간 거래는 예외 조짐 #한국, 폐플라스틱 수입 늘고 있지만 #재활용률 저조해 쓰레기로 쌓여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폐플라스틱은 15만1292t으로 수출량(6만7441t)의 2배가 넘는 물량이었다. 2017년까지 수출이 수입보다 약 3배 수준으로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이른바 ‘폐플라스틱 무역수지’는 지난해 4868만2000달러(약 568억36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폐기물 수입량, 수출량의 2배 넘어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한국 업자가 수입하는 폐플라스틱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나온 제품이다. 폐플라스틱을 수입하는 이유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재생원료로 만들어 다시 수출하기 위해서다. 한국산 플라스틱은 품질이 낮아 재활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한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수입 폐플라스틱으로 재생원료를 만들면 판매 단가에서만 ㎏당 100원 정도를 더 받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입한 폐플라스틱 전량을 재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수입 폐플라스틱 중 재활용하는 건 10% 정도이고 나머지는 쓰레기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바젤협약 개정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폐플라스틱을 반입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한국이 폐플라스틱 처리장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젤협약은 선진국이 수출 명분으로 개발도상국에 유해 폐기물을 떠넘기지 못하게 하는 국제 협약이다. 187개 바젤협약 당사국은 지난 5월 10일 폐플라스틱을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폐기물(부속서Ⅱ)’로 새로 규정하고 개발도상국이 사전 허가 없는 폐플라스틱 유입을 거부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바젤협약 개정은 동남아시아 전체가 겪은 ‘쓰레기 쇼크’가 발단이 됐다. 지난해 1월 세계 폐플라스틱의 절반가량을 처리했던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자 동남아시아가 몸살을 앓게 됐다. 매립·소각 인프라가 여의치 않고 처리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폐플라스틱이 몰려들자 그대로 방치되기 일쑤였다. 재활용 폐기물로 둔갑한 불법 폐기물이 밀반입되는 일도 허다했다. 이에 따라 동남아시아 각국은 유해 폐기물에 대한 각국의 관리 권한 확대가 핵심인 바젤협약 개정에 동의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2021년 개정안 본격 시행에 앞서 플라스틱 수입을 속속 제한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7월부터 폐기물 수입 업체에 대한 허가 발급을 중단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폐플라스틱 공장 114곳의 수입 허가를 취소했다. 태국은 2021년 모든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미 한국으로 몰려오는 폐플라스틱은 우려할 수준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일본과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폐플라스틱은 각각 1만t, 4000t이었다. 2017년 11월에는 각각 3000t, 1000t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전체 폐플라스틱의 80%를 동남아시아로 수출했는데 앞으로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크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 소장은 “한국은 하루 평균 4000t의 폐플라스틱을 배출하는 ‘쓰레기 생산 대국’이면서 폐플라스틱을 수입하는 나라”라면서 “국내에서 나온 폐플라스틱양이 적지 않은 데도 선진국의 폐플라스틱을 수입해 재가공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간 거래에선 바젤협약 적용을 예외로 두려고 한다는 점도 문제다. OECD 회원국 사이에서는 바젤협약에 관계없이 폐기물의 자유로운 수출입을 허용하자는 조항이 담긴 별도의 환경규제절차(Green Control Procedure)를 따르자는 것이다.

환경부 “수입 허가제 도입 검토할 것”

이럴 경우 한국이 주요 선진국의 폐플라스틱 수출 타깃이 될 우려가 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폐플라스틱 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몇 안 되는 나라다. 한국이 지난해 들여온 폐플라스틱 82%는 OECD 회원국에서 나왔다.

고금숙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는 “바젤협약 개정안의 핵심은 민간에서 신고제로 이뤄지던 폐플라스틱 교역을 국가 허가로 규제하는 것”이라며 “OECD 사무국이 폐플라스틱 수출국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 바젤협약 개정안에 따라 동남아를 갈 수 없는 OECD 회원국의 폐플라스틱이 민간 통로로 대거 한국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환경보건단체 아이펜(IPEN)은 지난 3일 한국 정부에 “OECD 환경규제절차의 유해 폐기물 목록을 바젤협약 목록과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한국이 나서 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환경부가 집계한 국내 미처리 쓰레기(주로 폐플라스틱) 규모는 120만여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립 또는 소각, 연료 재처리 시설이 부족해 국내에서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에야 폐플라스틱 수입량을 조절하기 위해 폐플라스틱 수입 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침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을 중간 가공해 섬유나 배관으로 만드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폐플라스틱 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폐플라스틱) 수입 허가제 도입을 통해 수입 규모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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