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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겪은 사법부, 대법원장 견제 기구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장 1인에게 집중된 사법행정 권한을 견제할 ‘사법행정자문회의’의 틀이 나왔다.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재발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5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을 통해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 등 사법행정제도 개선을 위한 각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대법원장 독점 권한에 관여…행정처 판사도 줄여

대법원장이 직접 의장을 맡는 자문회의는 법관 5명과 외부전문가 4명(총 10명)으로 구성된다. 8월 중 관련 대법원규칙을 제정한 뒤 이르면 9월 자문회의를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자문회의 산하에는 인사분과위원회 등 각종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대법원장에게 전문적인 자문을 할 수 있게 했다. 김 대법원장은 “향후 사법행정에 관한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법행정자문회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비(非)법관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행정처에 모인 ‘엘리트 판사’들이 요직을 독점하며 관료화되었다는 비판을 막기 위해서다. 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사무처를 신설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머물러 있는데, 사무처 신설 전까지 행정처에 상근하는 판사 숫자를 줄여나갈 참이다.

"비공개 자문기구, 얼마나 투명할까"  지적도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본래 사명인 ‘좋은 재판’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사법행정을 ‘재판지원’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한 각종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에 대한 논의 등 국회와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판사들 사이에선 “결국 대법원장이 의장을 맡고 의사결정권도 가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판사는 “여전히 의사결정권은 대법원장에 있고 자문 내용은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실무를 담당할 분과위원회 위원장 역시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구조여서 기존 행정처보다 결코 구조가 투명하다고 볼 수 없다”며 “자문기구가 얼마만큼 대법원장을 견제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극단적으로 보면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대법원장이 가진 의사결정권을 이양하는 방안도 논의됐었지만 ‘대법원장이 아닌 기구가 사법행정권을 가지면 위헌’이라는 지적을 대법원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위헌 문제도 있고 일단 대법원 규칙 제정을 통해 할 수 있는 게 자문기구여서 이를 먼저 만든 것으로 안다. 나머지는 입법 과정에서 추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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