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빵과 우유로 때웠다…학부모들 “먹는 문제인데 씁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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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시락을 손에 들고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시락을 손에 들고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식 조리원을 포함한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기본급 6.24% 인상 등을 요구하며 3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첫날인 3일 오전 10시 기준 경기도 842곳(전체의 37.3%), 인천 145곳(30.1%)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경기도 파업 참여 인원은 5801명으로 전국 시·도에서 가장 많다. 전국 파업 인원 2만2004명의 26.4%다. 파업 참여율은 도내 교육 공무직 3만6296명의 15.9%다. 인천에서는 9362명 가운데 1255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경기도에서는 도내 학교 2260곳 가운데 급식이 정상 운영된 곳은 1034곳이다. 806곳은 빵과 우유, 도시락 지참 등으로 대체 급식을 했다. 나머지 420곳 가운데 384곳은 시험 기간이라, 36곳은 단축수업 등 학사 일정 조정으로 급식을 하지 않았다. 인천에서는 143곳 학교에서 대체 급식을 했다. 파업 인원에 따라 일부 학교는 간편식 등으로 식단을 조정하고 일부는 빵·떡·요구르트 등을 제공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각 학교가 학교장 총괄 대책처리반을 두도록 하는 등 학사운영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대체급식을 하는 인천 한 학교의 학부모 장모(45·여)씨는 “사정이 있으면 대체급식을 할 수 있겠지만 방학도 있는데 이 시점에 파업하는 것은 아이들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경기도 화성의 한 중학교 학부모 이모(44·여)씨 “오늘이 중간고사 마지막 날인 데다 보통 시험 끝나고 단축 수업을 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학부모 “아이들 볼모로 씁쓸”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경기도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파업 시작 며칠 전부터 관련 글이 올라왔다. “점심을 늦게 먹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빵과 우유로 대체한다니 아이들이 안쓰럽다” “빵과 우유로 버틸 수 있을지, 다른 먹을 것을 싸 보내야 하느냐” 등의 글에 “어른들이 아이들 식사 볼모로 씁쓸하다” “집에 데려와서 밥을 먹이려 한다” “여름이라 음식 함부로 싸 보내기도 어렵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끼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외부 도시락을 주문하거나 파업하지 않는 학교가 부럽다”는 글도 있었다.

몇몇 학교에서는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 서흥초등학교는 지난달 28일 배포한 가정통신문에 “학생들이 잠시 불편해질 수 있지만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라 여기고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학부모님들의 배려와 지지를 부탁한다”고 적었다.

인천 남동초등학교 역시 지난 1일 총파업에 따른 대체급식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에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두 학교는 파업 기간 빵과 음료 등 완제품으로 대체급식을 제공한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교육 공무직 파업’ 관련 청원들이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급식노동자를 위한 처우 개선을 해주세요’라는 청원은 “급식노동자들이 고노동에 비해 저임금으로 일하고 계시고 항상 바닥은 젖어 있고 쉽게 상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업 찬성·반대 국민청원도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빵·우유 등 대체급식이 도착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빵·우유 등 대체급식이 도착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에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입니다’라는 제목의 파업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입사할 때는 그 조건을 수용한다는 전제로 입사하고 입사한 후에는 부당하니 파업하겠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언론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보도하라”고 요구했다. 두 청원은 각각 1만여 명, 8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경기도 내 초등 돌봄교실과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은 모든 학교에서 정상운영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돌봄교실에 공백이 생기면 교직원을 동원할 방침이다. 부득이하게 결손이 발생하면 학부모에게 양해를 구한 뒤 학생들을 조기 귀가 시키기로 했다.

수원·인천=최은경·심석용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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