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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명장이 돌아왔다'...지도자 복귀한 '67세 백전노장' 강문수 감독

중앙일보

입력

강문수 대한항공 탁구단 감독. [중앙포토]

강문수 대한항공 탁구단 감독. [중앙포토]

 한국 탁구의 '명장'이 현장으로 복귀했다. 강문수(67) 전 탁구대표팀 총감독이 여자 탁구 대한항공 탁구단 감독으로 부임해 선수들을 지휘하는 위치로 다시 돌아왔다.

2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가진 2019 아시아탁구선수권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 강 감독은 모처럼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지난 5월부터 대한항공을 맡게 된 강 감독은 2010년 11월 귀화한 이은혜(24)의 첫 국가대표 발탁을 이끌며 또한번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은혜는 상비1군 12명이 풀리그를 벌인 이번 선발전에서 9승2패로 양하은(포스코에너지·10승1패)에 이어 2위로 통과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당시 선수들을 지휘하는 강문수 감독. [중앙포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당시 선수들을 지휘하는 강문수 감독. [중앙포토]

강 감독은 한국 탁구의 대표적인 명장으로 손꼽힌다. 어깨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고 1980년 28세에 제일합섬 남자탁구단(삼성생명 탁구단 전신)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강 감독은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 총감독까지 무려 36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탁구 스타들을 키워왔다. 1983년 남자대표팀 코치를 맡아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 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남자단식 금·은메달(유남규·김기택)을 이끌었다. 또 삼성생명 탁구단 감독으로 유승민 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과 '수비 탁구 달인' 주세혁 등도 발굴하고 키웠다. 평소 강 감독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유 위원은 "감독님의 원 모어(one more·한번 더) 정신을 늘 되새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6일 2018 코리아 오픈 탁구대회 남북 단일팀 훈련이 펼쳐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앞줄 왼쪽부터), 주정철 북한 탁구대표팀 선수단장, 강문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현정화 레츠런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6일 2018 코리아 오픈 탁구대회 남북 단일팀 훈련이 펼쳐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앞줄 왼쪽부터), 주정철 북한 탁구대표팀 선수단장, 강문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현정화 레츠런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리우올림픽 이후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강 감독은 지도자 최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유소년 대표팀 선수들을 가르치는 등 쉼없이 선수 지도에 대한 의지를 이어왔다. 그러다 3년여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강 감독은 "대한항공이 여자 탁구계에선 전통이 있는 팀이다. 그 전통을 이어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결과를 내는 선수를 키워보고 싶었다"면서 "대한항공에서 정말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무엇보다 지도자 생활을 처음 했던 그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지난 1998년 아시아선수권과 방콕 아시안게임, 2000년 삼성생명 남·여 탁구단을 함께 맡았던 이후, 처음 여자 탁구 팀을 맡았다. 당시에도 강 감독은 김무교, 류지혜, 박해정 등 간판급 여자 선수들을 길러낸 바 있다.

'백전노장' 지도자 강 감독은 "40대 감독들이 많은 탁구계에 60대 감독도 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강 감독은 지도자 말년에 의미있는 도전을 펼칠 굳은 각오도 드러냈다. 그는 "여자 팀 하면 대한항공에서 운동을 해봤으면 좋겠단 말이 나올 수 있도록, 그런 분위기의 팀을 만들고 싶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심정으로 결과를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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