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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회의에서 나온 "최저임금 동결" 발언…민주당 기류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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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해찬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훈, 박주민 최고위원, 이 대표, 박광온, 김해영 최고위원.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해찬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훈, 박주민 최고위원, 이 대표, 박광온, 김해영 최고위원.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19일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번 최저임금은 최대한 동결에 가깝게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다. 당 최고위원이 최저임금 ‘동결’을 공식 언급하면서 민주당 관계자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공개석상에서 ‘동결’이라는 표현을 쓸 줄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 본격 시동을 건 날이기도 하다.

최근 민주당 안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당 최고위원이 ‘동결’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회의 뒤에 김 최고위원은 “당론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구인 부산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많은데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모습을 접하다 보니까 공개된 회의에서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앞선 최고위원회 등에서는 “최저임금 동결을 말하려면 사회안전망 확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등의 신중론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이날 당 내부에서는 “옳은 소리를 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민주당 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최운열 의원도 “내년엔 상징적으로 최저임금을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사용자들이 여력이 있었을 때는 괜찮지만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올려서 부담이 크다. 또 올린다면 과연 견딜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념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실사구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나온 최저임금 관련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올해는 동결하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서 적정하게 잡아가자’는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 객관적인 판단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기류 변화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주당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9일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다. 취임 2주년 대담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관련해 “공약에 얽매여서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3차 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2020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뉴스1]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3차 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2020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뉴스1]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27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노동계와 재계의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됐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으로 지난해(7530원)보다 10.9% 올랐고, 2018년도엔 16.4% 올랐다. 근로자 위원들은 일단 내년 인상률을 19.7%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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