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외탈세 감시망 조여진다’…은행들, 외국환거래 위반 방지시스템 구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역외탈세 감시망이 한층 더 조여진다.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은행들이 외국환거래 위반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기업이나 개인의 과거 위반 이력도 조회할 수 있다. 자금을 쪼개는 방식으로 거액을 송금하거나 신고 없이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면 법 위반으로 과태료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국내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자동화된 규제준수 기술인 레그테크(RegTechㆍ규제+기술의 합성어)를 활용한 ‘위규 외국환거래 방지시스템’을 구축한다고 18일 밝혔다.

최근 해외 투자가 늘면서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늘고 있어서다. 해외에서 부동산을 사거나 해외 주식을 사는 등 자본거래를 할 때는 한국은행이나 외국환은행에 미리 신고해야 한다. 이후에도 취득이나 처분에 따라 보고 의무가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과 개인이 법규를 위반한 사례는 1279건이다. 1년 사이 182건이 증가했다.

앞으로 은행들은 신고 대상 확인 시스템을 갖춘다. 그동안 영업점 직원에 의존해 심사했던 방식보다 깐깐해진 것이다. 은행은 레그테크 기술인 '의사결정 나무(Decision Tree)시스템'을 갖춰 자동으로 신고대상 여부를 확인한다. 상담 단계부터 거래금액, 국내 거주자 여부, 거래사유 등 신고 요건에 따라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대상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학생 경비를 홍콩에 송금한 뒤 그 돈 일부로 현지 부동산을 매입한다고 하자. 유학생 경비는 합법적인 송금이지만 해외 부동산 취득으로 돈이 흘러가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이제는 상담 단계에서 외국환은행에 신고하도록 안내받게 된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고객의 과거 외국환거래 위반 이력도 조회할 수 있다. 금감원의 외환감독국 김진석 팀장은 “반복적인 위반으로 가중처벌 받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 최근 위반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 내 위반 이력이 2차례 있을 경우 가중처벌 된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보고의무 안내도 강화한다. 일부 은행은 자동화된 고객의 보고 기일 관리시스템을 운영하지 않거나 영업점에만 일임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앞으로는 고객의 보고 기일을 자동계산해 기일이 임박하면 알람이 울리는 등 관리 시스템을 갖춘다. 또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보고 의무사항을 고객에게 정확하게 안내하도록 한다. 2017년 7월부터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 위반 과태료(위반금액의 2~4%)는 2배 올랐고 보고사항을 위반하면 과태료가 700만원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