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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선샤인 이젠 무료로 못본다···CJ ENM의 노림수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스터선샤인’, ‘짠내투어’,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이런 tvN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다시 보려면 이제 한 달 1만4300원의 월정액 상품에 가입하거나 편당 1650원을 내야 한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사진 tvN]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사진 tvN]

 ‘tvN’ 등 9개 방송 채널을 보유한 CJ ENM이 17일 자정부터 방송 60일 이후 1년간 자사 VOD(주문형 비디오)를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서비스를 종료하고, 프로그램 다시보기 전면 유료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CJ ENM측은 “콘텐트 제작 업체가 프로그램 다시 보기 전면 유료화를 한 건 국내에서는 CJ ENM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국내 콘텐트 유료화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KTㆍSK브로드밴드ㆍ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 업체 뿐 아니라 CJ헬로 등 케이블 TV 업체, OTT(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 모바일 등에서 60일이 지난 CJ ENM의 콘텐트를 무료로 볼 수 없다. CJ ENM의 OTT 서비스인 티빙에서도 일반 가입자들은 편당 이용료를 내야 다시 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한 tvN, 엠넷, OCN, 올리브, 온스타일, OtvN, XtvN, OGN, DIA TV 등 9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송했던 모든 프로그램이 해당한다.

 ENM "아직 손익 여부는 알 수 없어"

 CJ ENM의 노림수는 뭘까. 또 얼마만큼의 수익을 기대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IPTV 등 여러 사업자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당장 손익을 추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CJ ENM 스스로도 “VOD 유료화로 인한 수익이 있겠지만, 그동안 플랫폼 사업자에게 안정적으로 받던 수익이 저하되면서 수익이 더 클지, 손실이 더 클지 당장은 내부적으로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CJ ENM은 IPTV 등을 통한 콘텐트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전면 유료화하면서 자사 OTT 서비스에서도 무료 다시보기 서비스를 종료했다. [티빙 홈페이지 캡쳐]

CJ ENM은 IPTV 등을 통한 콘텐트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전면 유료화하면서 자사 OTT 서비스에서도 무료 다시보기 서비스를 종료했다. [티빙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당장의 손익을 떠나 콘텐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란 게 CJ ENM의 입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콘텐트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외 경쟁이 심화한 상황”이라며 “이에 우리가 제공하는 콘텐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 이를 재투자함으로써 양질의 콘텐트를 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NM, 한해 콘텐트 제작비 5000억원 달해

 올 초 CJ ENM이 콘텐트 제작과 관련 없는 부문인 CJ 헬로를 매각한 것도 콘텐트 제작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CJ ENM의 연간 방송 제작비는 2015년 2875억원에서 2017년 3801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업계는 이 제작비가 지난해 4300억원 수준에서 올해 5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 종속된 구도에서 탈피해 판을 바꿔보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IPTV 등 플랫폼 사업자가 종합편성채널(종편)ㆍPP(프로그램제공자) 등의 프로그램을 사서 자사 고객들에게 마케팅ㆍ프로모션 차원으로 공급해 왔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우위에 있는 종속된 관계인 데다 콘텐트가 제값을 못 받다 보니 큰돈을 들이는 투자를 꺼리게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을 통해 유료화를 해도 될만한 콘텐트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콘텐트 경쟁력을 갖춘 CJ ENM이 유료화의 첫발을 내디디면서 미디어 산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호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CJ ENM를 시작으로 JTBC 등 우수한 콘텐트 제작 능력을 보유한 곳들을 중심으로 수익→콘텐트 재투자→해외 판매 등 수익 개선의 선순환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넷플릭스보다 비싼 월정액은 부담

 다만 당장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IPTV 등 기존 유료방송 시장의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보다 콘텐트 이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며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 간 VOD 이용 요금 대납 등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 베이직 월정액 9500원에 엄청난 콘텐트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요금인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CJ ENM이 유료화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향후 프로그램 제작에서 과다한 PPL(간접광고)을 지양하는 등 콘텐트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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