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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옥신 오염된 부산 도심의 반환 미군기지…정부는 4년간 방치

중앙일보

입력

2015년 3월 한국 정부에 반환된 부산의 미군기지 DRMO의 모습. 토양이 오염돼 있으나 가까운 곳까지 아파트와 주택이 들어서 있다.[사진 녹색연합]

2015년 3월 한국 정부에 반환된 부산의 미군기지 DRMO의 모습. 토양이 오염돼 있으나 가까운 곳까지 아파트와 주택이 들어서 있다.[사진 녹색연합]

지난 2015년 3월 반환된 부산 옛 미군기지 부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이옥신이 검출된 곳은 1973년 4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주한미군 물자 재활용 유통사업소(Defense Reutilization and Marketing Office, DRMO)로 사용된 곳으로, 4년 전인 2015년 3월 한국 정부에 반환됐다.

반환 미군기지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은 인천 부평 캠프 마켓에 이어 두 번째다.

2015년 반환된 부산 DRMO 미군기지. [사진 녹색연합]

2015년 반환된 부산 DRMO 미군기지. [사진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12일 "부산 도심에 위치한 DRMO 부지의 토양오염이 심각한 데도 지난 4년 동안 정부가 정화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방치하는 바람에 인근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DRMO는 부산진구 개금·당감동에 자리 잡고 있으며, 총면적은 3만4925㎡로 축구장 면적의 약 5배다. 부지 주변에는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이 밀집돼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환경부가 별도로 다이옥신 오염도 조사를 했으나, 결과를 공개하지 않다가 지난 10일 한국농어촌공사 측의 현장 브리핑을 통해 뒤늦게 검출 사실이 공개됐다고 전했다. 농어촌공사는 DRMO를 정화하는 용역을 맡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서 다이옥신은 부지 내 여러 곳에서 지표면에서 최대 1m 깊이까지 검출됐다.
토양 1g당 100 pg(피코그램, 1pg=1조분의 1g) 농도를 초과하는 다이옥신으로 오염된 토양은 817㎥(25톤 덤프트럭 50여대 분량) 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한국농어촌공사의 브리핑 당시 공개한 부산 DRMO 내 다이옥신 오염 상황. [사진 녹색연합]

지난 10일 한국농어촌공사의 브리핑 당시 공개한 부산 DRMO 내 다이옥신 오염 상황. [사진 녹색연합]

현재 독일에서는 놀이터·농경지 토양에 대한 다이옥신 기준치를 100pg으로, 일본에서는 일반 토양에 대해 1000pg으로 정해놓고 있다.

녹색연합 측은 다이옥신 오염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엽제 탓일 수도 있고, 폐기물 소각 탓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반환 미군기지 부산 DRMO 내부 모습. [녹색연합]

반환 미군기지 부산 DRMO 내부 모습. [녹색연합]

한편, DRMO에는 다이옥신 외에도 석유계총탄화수소(THP)와 벤젠·톨루엔·에틸벤젠·자일렌 등 유해 화학물질, 납·카드뮴·아연·구리·비소·수은 등 중금속 등의 항목도 토양오염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환경부 기초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유류와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도 693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지난달 30일 현장조사에서는 DRMO 부지에 '경고판'은 붙어 있었으나, 지키는 사람도 없고 철문이 벌어져 아무나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4년 전 DRMO를 미군 측으로부터 돌려받았으나, 국방부와 국토교통부가 정화 책임을 서로 미루며 방치해왔다는 것이다.
배 팀장은 "최근에야 국토부와 환경부가 다음 달부터 다이옥신 오염토 정화를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정화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 측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도 자칫 부산 DRMO와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는 만큼 공원 조성 이전에 정밀 조사를 통해 오염 상황을 명확히 밝혀내고, 어느 수준까지 정화할 것인지 명확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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