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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동료를, 승객을 매일 생각한다”…허블레아니호 기다리는 헝가리인 동료들

중앙일보

입력

8일 오후(현지 시간) 헝가리 침몰 유람선 '허블레아니'의 인양 준비작업이 진행중인 현장 앞에 쌓인 추모의 꽃들. 김정연 기자

8일 오후(현지 시간) 헝가리 침몰 유람선 '허블레아니'의 인양 준비작업이 진행중인 현장 앞에 쌓인 추모의 꽃들. 김정연 기자

“우리 모두 허블레아니호가 물 속에서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돌아가신 분들을 다 찾았으면 좋겠다.”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사고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이르면 이번주 인양될 전망이다. 허블레아니호의 소유사인 파노라마덱의 대변인 미하일 토트는 8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배가 올라온 다음 수사 당국이 샅샅이 조사해서 이번 사고의 진짜 원인을 밝혀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감정적으로 끝낼 수 없는 일"

사고 당시 배에는 파노라마덱의 선장 라즐로(58)와 선원 페툐 야노쉬(54)가 승선해있었다. 페툐는 지난 6일 사고지점에서 4km 하류지점에서 발견됐지만 선장 라즐로는 아직 실종 상태다. 미하일씨은 “슬프게도 우리 선원 한명의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은 들었다. ‘시신을 찾았다’는 말도 힘들지만 일어난 사실이니까 받아들인다”며 “가족들과 직장동료들은 이번 비극으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라즐로 선장에 대해 “아직 실종상태고, 사망 여부가 밝혀진 게 아니라서 다들 감정적으로 이 사건을 끝낼 수가 없다”며 “헝가리에서 세일링(배 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헝가리 문화에서는 죽은 사람을 땅에 묻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선장이 발견되길 정말 고대하고, 명복을 빌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당국과 구조팀이 배를 꺼내서 라즐로를 찾은 다음에야 가족들도 이 비극을 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양 위한 정보 최대한 협조"

8일 오후, 헝가리 침몰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인양 준비작업이 진행중인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 인양에 사용될 200t급 크레인 선박 '클라크 아담'의 모습도 보인다. 김정연 기자

8일 오후, 헝가리 침몰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의 인양 준비작업이 진행중인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 인양에 사용될 200t급 크레인 선박 '클라크 아담'의 모습도 보인다. 김정연 기자

파노라마덱의 선원들 중 일부는 헝가리 당국의 인양 준비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미하일은 “우리 선원들이 2003년부터 허블레아니호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배에 대한 정보를 가장 잘 안다”며 “지금은 2-3명이 현장에서 인양 작업에 필요한 배의 구조적인 정보나 기술적인 정보를 구조팀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지는 기밀이라 심지어 나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파노라마덱의 사무실은 사고 지점인 머르기트 다리에서 450m, 걸어서 6분 거리에 있다. 미하일씨는 “사고 현장을 매일 지나다니고, 매일 꽃과 양초가 얼마나 많은지 본다”며 “매일 지나갈 때마다 우리가 배를 잃었고, 동료를 잃었고, 승객들을 잃었구나… 생각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8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아래 쌓인 추모의 꽃들. 김정연 기자

8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아래 쌓인 추모의 꽃들. 김정연 기자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다뉴브 강을 따라 항해를 마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인근에서 접근한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와 충돌 후에 침몰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탑승객 33명과 헝가리인 선원 2명이 물에 빠졌다.

현지시간 9일 오전 6시 현재 한국인 탑승객 33명 중 생존 7명, 사망 19명, 실종 7명으로 집계되며 헝가리인 선원 1명은 사망, 선장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헝가리 당국은 9일까지 허블레아니호 인양을 위한 선체 결속 작업을 마치고, 이르면 10일 인양 시도를 할 예정이다.

부다페스트=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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