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이 지진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24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한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24일 오후 2시 1차 변론준비기일 진행 #"지열발전소가 지진 촉발"…정부와 시행사 등 상대 손배소 #시민단체 통한 소송인단 2만7000여명 달해…더 늘어날 듯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하라" 목소리도 여전…3일 상경집회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가 2차례에 걸쳐 제기한 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을 24일 오후 2시로 정했다고 6일 밝혔다. 1차 소송에는 71명, 2차 소송에는 1156명이 참여했다. 포항지원은 앞으로 1만4000여 명이 참여한 3차 소송도 1·2차 소송과 병합할 방침이다.
변론준비기일은 판사와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청구취지나 변론방향, 쟁점 정리 등을 하는 날이다. 이날 원고와 피고는 재판을 본격 시작하기에 앞서 양측 입장을 확인하고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한다. 통상적으로 1차 변론준비기일을 재판의 시작으로 본다.
범대본은 포항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헀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부터 손해배상소송 참여인단을 모집해 왔다. 범대본의 의뢰로 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서울센트럴(대표변호사 이경우)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5월 각각 세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정부와 ㈜포항지열발전, 지열발전소 운영업체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1인당 하루 5000~1만원씩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기간이 어떻게 책정될지 모르지만 만약 기간이 500일이 된다면 1만원x500일로 위자료만 1인당 500만원이 된다는 뜻이다. 이는 주택파손 등 물적 피해를 제외한 금액이다. 서울센트럴은 지난달 27일부터 4차 소송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시민 참여가 확대될 경우 총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5조~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포항지진공동소송단’도 지난달 초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1건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 소송에는 1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결국 범대본과 포항지진공동소송단을 통해 정부와 시행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포항 시민의 숫자가 총 2만7000여 명으로 3만 명에 육박하는 셈이다. 범대본이 4차 소송인단 신청 접수를 마치고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포항지역 시민단체들이 손해배상소송을 통한 피해자 구제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포항시와 포항지역 관변단체를 중심으로 한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른바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고 있다.
대책위 회원 1000여 명은 지난 3일 버스 약 20대에 나눠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상경 집회를 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지진으로 다 죽은 지역경제 살려내라’ ‘지진피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등 현수막을 들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지난 3월 “포항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에 특별법 국민청원을 했다. 20만 명 이상 동의로 청와대가 최근 답변을 했지만 “국회 차원에서 법 제정을 추진하면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수준이었다. 이날 집회에서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지 1년 7개월이 됐지만 정부가 어떠한 대책도 마련해주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대책위 공동위원장 4명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당사로 이동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만나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